아이가 맞았다.
아이를 키우다보면 별의 별 일이 다 생기겠지만
이제껏 아이들과 큰 다툼없이, 별일없이 잘 자라준 우리 아이였다..
학교를 가서도 아이들과 잘 지내주었고 학교생활이 늘 즐겁다는 우리 아이였다..
한참 일을 하고 있을 무렵.
엉엉 울면서 우리 아이가 전화가 왔다.
방과 후 수업을 함께하는 1학년 남자아이에게서 눈을 맞았다는 것이다.
너무 아프다고..
나도 너무 놀랐지만 내색을 할 순 없었다.
일단 반 선생님께 가라고 일러두고
선생님께 자초지종을 설명하고 보건실로 데리고 가 달라고 말씀드렸다.
방과 후 선생님께 전화를 드려 상황 설명을 드리고 어떤 아이와 다툼이 일어난건지 여쭤보았다.
당황한 선생님도 일단 무슨 일인지 확인해 보겠다고 하셨다.
상황인 즉,
마음이 아픈 1학년 아이가 있는데 요즘 학교에서 이런 저런 말썽을 많이 부린다는 것이다.
우리 아이는 보건실에서 눈에 찜질을 하고있고 이후 눈에 어떤 증상이 나타나는지 잘 살펴보라는 설명이 있었다.
일찍 퇴근하고 집에 와보니 생각보다는 크게 다친것 같지는 않았다.
약간 부기가 있는 것 같지만 다행히 눈을 다치지는 않았나보다.
아직은 알 수 없지만.
우리 아이 말로는..
그 아이가 1학년임에도 불구하고 욕을 엄청 하고 다닌다는 것이다.
그리고 별 말이 오가지 않았는데 괜히 옆에 있던 우리 아이가 맞았다는 것이다.
(나도 우리아이의 말을 100% 다 믿는건 아니다.
우리 아이와 함께있던 친구가 그 동생에게 먼저 시비를 걸었을 수도 있고 말을 못되게 했을수도 있다.
그 남자아이가 "1학년이라고 무시하지마!! 내가 얼마나 욕을 잘하고 힘이 센지 보여줄까!!" 라며 말하더니
우리 아이에게 주먹을 날렸다고 했으니 우리 아이가 1학년 동생이라고 무시하는 발언을 했을수도 있다..
초등학생들 사이에 있을 수 있는 ' 니가 감히 나보다 학년도 낮은데 까불어?? ' 뭐 이런 분위기였으리라.. )
아무튼..
우리 아이가 다쳤기에 화도 났지만 한편으로는 그 아이가 안쓰럽기도 했다.
어떤 환경에서 어떻게 자라왔길래..
사랑만 받아도 부족한 8살인 아이가 그렇게 입에 욕을 달고 살고 그런 폭력적인 성향을 가지게 된 걸까..
그 아이 잘못이라기 보다는 그 아이를 그렇게 키운 부모의 잘못이다.
대체 어떤 인간들이 아이를 키웠길래 아이가 저렇게 폭력적인 성향을 가지게 된 것인가.
같은 학년도 아니기에 당분간 그 아이를 만나면 상대하지 말라고 일러두고
다음날 많이 놀랬을 아이를 학교 앞까지 데려다 주었다.
다행히 학교 앞에서 차량통행과 아이들 통행을 도와주시던 교장선생님과 마주쳤고 상황을 설명드렸다.
아이에게는 당분간 그 아이 상대하지 말라고 일러두었지만
학교에서 마주쳐 또 다시 그런일이 발생하는건 아닌지 걱정스러운 마음이 든다고..
선생님은 그 상황을 알고 계시다고..
학교 차원에서도 마음에 상처가 많은 그 아이를 위해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고 가족상담도 진행했고..
아직은 더 기다려줘야 하는 상황이라고 하셨다.
그리고 그 아이에게 맞은 아이가 우리 아이 뿐만이 아니라는 것이다..
교장선생님 말씀이..
"그 아이가 얼마나 거친 환경에서 자랐는지,, 아직 적응을 못하고 있어요..
많이 도와주고 있는 상황입니다. 조금만 더 기다려주세요."
나의 아이를 키우다보면 세상 모든 아이들이 참 귀하다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그래서 내 아이를 때린 그 아이가 밉다기보다는 안쓰러운 마음이 앞선다..
참...
너무 슬픈 일이다.
모든 아이들이 사랑만 받아도 부족할 시기에..
대체 그 어린 아이가 어떤 일들을 겪었기에......
좋은 프로그램과 좋은 선생님들의 노력으로 그 아이가 학교에서나마 행복하게 지낼 수 있었으면 한다.
그리고 그 부모들은 꼭 자신들의 잘못을 인지하고 아이를 제대로 키울 수 있도록 노력하기를...
아이들의 잘못은 없다.
그 아이들을 제대로 키우지 못한 어른들의 잘못만 있을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