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포선셋. Before sunset.
Mental Nourishment 2013. 8. 1. 23:41 |
비포 선셋 (2004)
Before Sunset
- 감독
- 리차드 링클레이터
- 출연
- 에단 호크, 줄리 델피, 버논 도브체프, 루이즈 르모이네 토레스, 로돌프 파울리
- 정보
- 로맨스/멜로, 드라마 | 미국 | 80 분 | 2004-10-22
화려하지 않지만 결코 초라하지도 않은. 그런 수수한 사랑.
난 이 시리즈가 너무 좋다.
비포 선라이즈. 비포 선셋.
비포 미드나잇은 아직 보지 않았다.
혼자만의 여유가 허락될때 조용히, 아주 조용히 혼자 즐겨보려고 아껴두었기 때문에.
난 이런 사랑이 좋다.
단 하루의 에피소드지만 서로가 함께 그 추억을 소중히 여기는..
소박한... 그래서 더욱 가슴에 와닿는.. 그런 사랑.
사람이 한 생을 살면서 추억이 없으면 무슨 재미인가.
물론 아픈기억이 없는 추억이라면 아주 좋겠지만..
영화든 책이든 같은 내용의 것이라도 볼 때마다 내게 다가오는 느낌은 참 다르다.
예전엔 그저 흘려버리던 대사들도 오늘은 내 가슴에 와닿는 것들이 참 많았기에.
줄리델피가 이런 말을 한다.
'사람의 인생은 생각보다 정해진대로 흘러간다.'
얼마나 내게 큰 위로가 되던지.
최근들어 이제껏 내가 해왔던 선택들에 대해 아주 큰 후회를 하고 있던 시간들이 많았는데
내 자책감을 조금은 덜어버릴수 있을 것 같아 가슴에 새겨둔 말.
7년전 저 영화를 봤을땐 그저 '비포 선라이즈' 때보다 너무나도 늙어버린
에단호크와 줄리델피가 안쓰럽기만 했지 내용은 비포 선라이즈보다 그저 시시하다
혹은 둘의 만남이 예전처럼 이루어질 수 있는 사랑이 아니기에 안쓰럽다 이정도였는데
아니. 내가 저 나이가 되고나서 저 영화를 다시보고, 그들의 대화를 다시 들어보니
저 대사들 하나하나가 얼마나 심사숙고해서 쓰여졌고 현실을 반영하고 있는 것들인지
그들의 마음이 하나같이 너무나도 잘 이해가 되는게 아닌가.
꼭 내마음처럼...
결혼은 했지만 마음 둘 곳 없는 에단호크의 마음은 그의 마음대로.
사랑의 아픔으로 이젠 마음의 보호막이 쳐져버린 줄리델피의 마음은 그녀의 마음대로.
또한 이젠 둘 모두에게 부인 혹은 남자친구가 있지만 여전히 서로를 원하는 마음. 그 또한...
마지막 장면.
그녀가 왈츠를 부르는 그 모습은 너무나도 섹시했고.
그녀를 바라보는 그의 눈빛은 너무나도 간절했다.
마지막 그녀가 말한다.
그러다 비행기 놓치겠다고.
남자는 말한다. 나도 안다고.
둘은 사랑을 나눴겠지?
휴휴휴...
Who knows...
난 그들이 사랑을 했었으면 한다.
비포 미드나잇은 아직 보지 않았지만.
비포 선셋에서. 그 날 만큼은.. 그들이 사랑을 나눴으면 한다.
에단호크는 그녀를 잊지 않기 위해 책까지 쓰며 그 기억을 간직하려 했고.
줄리델피는.. 뭐 에단호크만큼 큰 노력을 하지는 않았지만 어쨌든.. 그녀도 그를 무척 사랑했었으니까.
궁금하다.
그들은 서로를 사랑한건지.
그날 그들이 그렇게 서로에게 마음을 열고 사랑의 대화를 나누었던
그 가슴벅찬 추억의 시간들을 사랑한건지.
사실 서로를 알기에 불과 몇 시간은 너무 짧지 않나?
아니면 남녀가 사랑하는데 있어 서로를 아는건 그닥 중요하지 않은건가?
나도.. 잊고 싶지 않은, 잊혀질 수 없는 소중한 추억. 있는데..
그 사람도 그 추억. 에단호크처럼 혹은 나처럼.. 소중히 간직하려나..
후훗. 바보처럼.. 에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