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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6.09.03 은교. -박범신-

 

 

나는 너무 슬퍼서 적요 할아버지가 은교에게 보내는 마지막 편지를 차마 읽을수가 없다.

 

눈물이 후두둑 떨어진다..

가슴이 먹먹해진다..

 

적요 할아버지의 순결한 사랑이 너무 애달파.

 

화려한 가면속에서 시궁창같은 인생을 살았던.

허망했던 그의 인생이 너무 서글퍼.

 

20대의 나는 몰랐다.

젊음이 아름답다는 것을.

그저 그 존재만으로도 얼마나 빛이 나고 아름다운 존재인지,,

그렇게 쏜살같이 지나가 버리는 것 또한 젊음인지 나는 정말 몰랐다.

 

그때의 나는 늘 고통스러웠고, 내 미래가 보이지 않아 늘 불안했고 초조했다.

그래서 나의 20대를 충분히 즐기지 못했고, 그 아름다움을 만끽하지 못했다.

 

왜 그렇게 뭐든 악착같이 해내려고 그랬는지.

그게 뭐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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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는것은 용서할 수 없는 '범죄'가 아니다.

노인은 '기형'이 아니다.

따라서 노인의 욕망도 범죄가 아니고 기형도 아니다.

노인은, 그냥 자연일 뿐이다.

 

젊은 너희가 가진 아름다움이 자연이듯이.

너희의 젊음이 너희의 노력에 의해 얻어진 것이 아닌 것처럼.

 

노인의 주름도 노인의 과오에 의해 얻은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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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인한 금줄이었다.

내가 저들과 친구로 지내자고 요구한 바 없고,

내가 저들의 자리에 끼어 앉으려 한 적이 없는데,

어찌하여 한 지붕 아래 있는 것만도 참지 못하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었다.

세계 어디에, 저렇게 또래들만 모여 앉아 늙은이는 '무조건 나가달라'고 말하는 곳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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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움은 때로 이렇게 터무니가 없다.

사랑은 본래 미친 불꽃, 불가사의한 질주의 감정이라고 말한 건 선생님인데,

나는 그 말에 동의하지 않았다.

어찌하여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불에 데거나 다리를 부러뜨릴 수 있는 위험을 감수해야 한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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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교를 만나면서 나는 보다 젊어지고 싶었다.

그게 죄인가.

그애를 통해 아직도 생피처럼 더운 나의 욕망을 확인했을 뿐,

나는 아무런 범죄도 저지르지 않았다.

다른 누가 나의 뺨을 후려칠 권리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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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나이도 어느덧 30대의 중반이 지나가고 있다.

이제야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라는 말을 뼈져리게 실감한다.

내 안의 17살 소녀는 늙지 않고 그대로이다.

그저 조금 지쳐있을 뿐.

 

그래서 예전엔 까르르 소리내어 웃던 일들을, 이젠 그저 속으로 웃으며 겉으론 가만히 미소지을 뿐이고

작은 일에도 폭포처럼 쏟아져 내리던 눈물은 이제 가슴으로 쏟고 겉으론 쓴 웃음만 지을 뿐이다.

 

지쳐있다고해서 그 소녀가 다른 소녀가 되어버린 것은 아니다.

궁극적으로 그 소녀는 같은 아이다.

 

그래서,,,,,

나는 적요 할아버지의 말 하나하나가, 그의 생각 하나하나가 너무 내 가슴에 와닿는다.

 

내가 늙고 싶어서 늙은게 아닌데.

늙어간다는 건 그저 자연의 이치일 뿐인데.

 

적요를 사랑하는 은교도.

은교를 사랑하는 적요도.

 

누군가 누구를 좋아하는 마음을 가진다는 건 그저 자연스러운 현상일 뿐..

 

 

 

 

 

Posted by 요조숙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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