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팔. 그리고 기도.
후회없는 삶을 위한. 2015. 4. 12. 22:25 |
여행을 많이 하겠다는 목표로 이곳에서 일한지 2년이 다 되어가지만
정작 내가 늘 꿈꿔왔던 곳은 아직 가보지를 못했다.
산티아고 순례자의 길, 차마고도 티벳, 볼리비아 유우니사막.
사실 가보지 못한게 아니라 안간게 맞겠지.
이곳에 왔던 내 첫 마음과는 다르게 내 마음도 자꾸만 헤이해져 가고 있음을 느낀다.
네팔 카트만두 스케쥴을 보고 내심 반가웠다.
포카라까지 가보지는 못하지만 템플이라도 볼 수 있겠다 싶은 마음에.
기도를 해야지.
나는 지금 기도가 필요한 사람이니까.
왠지 기도가 일상인 그곳에서라면 내 기도도 들어주시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내 기도의 첫번째는 항상 우리 맑음이.
내 사랑하는, 내 목숨같은 우리 공주님의 건강과 행복.
내 사랑하는 가족들의 건강과 행복.
그리고 나 자신을 위해서도.
내가 앞으로 나아갈 길에 대해.
어떻게 살아가야 할 지, 지금 내 선택들에 대한 확신을.
내가 맑음이를 지켜낼 강한 마음을 잃지않게 해달라고.
그리고 행복을 늘 내 가까이 두게 해달라고.
인생에서 내가 겪어야 할 일들이 많아지고
그 일들을 나 스스로 선택하고 이겨내야 하는게 점점 버거워질수록
기도를 하는 일들이 많아졌고
누군가에게 의존하고 싶은 마음이 커졌다.
그래서 나이가 들수록 종교를 가지게 되는가보다.
나 역시도 그러고 싶은 마음이 자꾸만 커지게 되는걸 보니.
달아놓은 천 하나하나에
모든 염원을 담은걸까.
바람에 흩날리는 저 깃발들은
아름답기도 슬프기도한.
내 마음이 그래서,
그래서 그렇게 보이는건지.
템플 온 하늘을 가득 채운
흩날리는 깃발들.
멍키템플이라는 명성에 걸맞게
원숭이가 참 많다.
10여년전 언니와 인도 배낭여행을 할 때
내가 들고있던 과일때문에
원숭이들에게 습격을 받았던 이후
저 아기 원숭이마저 귀엽지가 않고
무섭다,,, ㅠㅠ
지나가던 아줌마 아이스크림을
기어이 뺏아먹는
이놈의 성질머리도
그때의 그 원숭이놈이랑
결코 다르지 않다!!
무서운 놈. ㅠㅠ
나는 마니차를 돌렸다.
돌리고 돌리고 또 돌리며 나는 기도했다.
맑음이를 위해, 가족을 위해, 나를 위해.
건강과 행복을. 건강과 행복을. 건강과 행복을. 이보다 더 중요한 건 없으니.
나를 앞서 걸어가며 마니차를 돌리는 저 사랑스러운 형제들은 무엇을 기도하는 걸까.
복잡하고 숨막히는 카트만두 시내에서는
매케한 매연때문에 숨도 제대로 쉬지를 못하겠고, 눈도 제대로 뜨지를 못하겠더니.
스와얌부나트에서 내려다 본 카트만두는 이렇게도 평화롭다니.
착하고 순수한 이 곳 사람들의 마음들이 변하지 않기를.
지독한 가난에도 웃음만은 잃어버리지 않기를.
나 역시 내 인생에 웃음을 잃어버리는 일이 다시는 없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