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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7.09.03 바람에 묻은 냄새.



내가 이사를 와서 좋은점 중의 하나가 내 방이다.


그렇다고 내 방이 크거나 전망이 좋다거나 딱히 그런건 아니다. 


그저 내 방의 작은 창으로 보이는 옆집의 푸른 나무가 너무 예쁘다는 것 


그리고 그 작은 창으로 들어오는 바람이 엄청 기분좋다는 정도...



가을이 되면서 또 다시 창문을 열어놓는 날이 많아졌다.


오늘 문득 창문에 머리를 기대고 있자니 잔잔하게 불어오는 바람에 어떤 냄새가 뭍어있다.


집중을 해서 바람냄새를 맡아보니 그 바람에서 아주 옅은 향 냄새가 난다.  아주 옅은...



난 향 냄새가 좋다..


불교신자는 아니지만 절에가면 그 특유의 향 냄새가 나는 참 좋다...


아시아지역으로 비행을 갈때면 호텔 근처의 사원을 자주 들러보았다.


어느 나라이건, 어떤 사원이든,,, 그 곳 특유의 향 내음이 나는 좋다. 



시간이 조금 더 지나니 어느곳에서 불어오는 바람인지는 몰라도 바람에 옅은 담배냄새가 묻어있다.. 


우리집은 분명히 아니다. 1층이든 2층이든 우리집엔 담배를 피는 사람이 없으니..


어느집 가장의 고단한 하루를 풀어내는 담배인지 어느 청년의 꿈을 실은 담배인지는 모르겠지만...



조금 더 시간이 지나자 코가 찡해지는 냄새가 확 올라온다..


이건 분명히 알겠다. 우리 마루의 응아냄새다.. ㅠㅠ 이 시키 또 내 방 창문밑에 응아를 싸고;;;;;; 



계절마다 혹은 날씨마다 바람의 온도만큼이나 바람에서 전해지는 내음도 다르다는 것을 아는가.


비가 전해주는 그 습한 향기도. 비 오는 날의 흙냄새, 나무 냄새도.. 


바람에 묻은 그 계절의 냄새들도..



이런게 좋다.


그저 이런 소소한 것들이 나는 좋다..


마당으로, 지붕으로 떨어지는 빗소리가 잘 들리고, 여름엔 매미소리가 겨울엔 코가 시리는 미풍이 있는,,


내 방 창밖으로 보이는 옆 집 마당의 큰 매화나무가 참 보기가 좋다는 거.



돈으로 가치를 매길 수 없는 이런 소소한 일상들이.


내가 행복하다고 느끼는 이 순간들이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순간들이 아닐까...




Posted by 요조숙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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