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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1.10.10 조금씩 흐려진다. 세상 모든것이 그러하듯. 3




그렇다.
세상의 모든 영원할 것 같은 것들도 영원한 것은 없었다.
그렇게 선명하던 모든 것들은 조금씩 흐릿해지고 흐려져
본연의 모습이 무엇이었는지 조차 기억이 나지 않을때가 있다.
혹은 오리지널 사실에 나의 주관적인 감정을 덧입혀
또 다른 스토리를 만들에 내 머릿속에 집어넣기도 한다. 
이제는 사실이 무엇이었든 그 누구에게도 중요하지 않기에.

그 순간 나는 아마 반포대로 위를 달리고 있지 않았었나 싶다.
그 몇 일 전 서울엔 함박눈이 왔었고, 온 도시는 눈에 뒤덮여 온 세상이 하얗게 변해 있었다. 
날씨는 무척이나 추웠으나 다행히 나의 손은 그다지 차갑지가 않았다.
코 끝이 시리도록 추웠던 그 순간, 창 밖으로는 해가 저물고 있었고 모든것은 너무나도 아름다웠다.
그 순간을 잊고싶지 않았기에 나는 주저없이 사진기를 꺼내 들었다.
차는 달리고 있었지만 한 순간을 기억하기 위해서는 약간의 흔들림은 중요하지 않았기에. 
그 순간. 그 시간이 영원했으면 했다. 시간이 더 이상 지나가지 않기를 바라면서.

항상 어디론가 떠나고 싶다고, 아니 나는 그래야만 한다고 생각을 했었던 내가.
그 순간만큼은 그저 제자리에 있어도 좋겠다는 생각을 했었던 것 같다.
그 몇 달 동안은 그랬었던 것 같다.
제정신이 아니었던듯 싶기도 하다.
아마 그래서 더 행복했었을수도 있겠고.

이제와서 그때의 사실들에 대해서는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건 내가 기억하는 한 순간들.
그저 한순간 미소지을 수 있게 해주는 그런 마음 따뜻해지는 기억들이기에.

저 날 저 순간 나는 결혼이라는게 사람을 참 행복하게 해줄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그 기억을 했었던건 분명히 기억이 난다.

하지만 이 기억조차도 언젠가는 흐려질 날이 오겠지.
바라는게 있다면, 기억이 흐려지는건 어쩔수가 없지만 아주 잊혀지지는 않았으면..
아주 잊혀지기에는. 그 날의 내 마음은 너무 따뜻했었기에.


Posted by 요조숙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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