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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1.03.28 나이트 가는 남녀의 심리는?

   


 

 

유혹 하기를 원하는, 유혹 당하기를 원하는 선남 선녀들이 모이는 곳. 
그렇다. 나이트클럽이다. 

난 개인적으로 나이트를 참 꺼려했다.
담배연기 자욱한 탁한 공기도.
비생산적인 곳에서 에너지를 낭비하는 것도.
서로 말은 오가지만 그 중 진실은 무엇일까 끊임없이 의심해야 하는 과정도.
그 중에서도 가장 싫은건 탁한 공기보다 더욱 탁한 생각으로 머릿속을 채우고 있는 남자들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오랜만에 친구와 나이트 클럽을 다녀왔다.
가식의 공간에서 조차도 분명 어딘가에는 존재하고 있을 진실을 내가 찾을 수 있기를 희망하며.
나이트클럽 분위기에 걸맞는 몸매가 드러나는 원피스를 입으며 또 한편으로는 거부감이 들었다.
이 옷을 입은 내 모습을 보며 어떤 상상을 할 지 그 수가 빤히 보이는 남자들을 생각하면
온 몸이 오그라 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건 내가 내 보물을 찾기 위한 준비과정이라 생각하기로 했다. 
출발 전 미션을 정했다.  "더러운 쓰레기통에서 실수로 버려진 보석 찾아내기" 

토요일 밤 12시. 본격적인 즉석 만남이 시작되는 시간이었다.
그곳에서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어지는 사람들은 부산해지기 시작했다.
감자, 짱구, 현빈 등.. 실소를 터트리게 하는 이름을 가슴에 부착한 사람들은
여자들의 손목을 이끌고 이 테이블 저 테이블로 끌고 다니면서도
또 앉아있는 여자들의 상태를 파악하며 다음 선수들을 물색하는 등
고개를 연신 돌리며 다니는 그들이 무척이나 바빠 보였다.

그렇다. 나도 그들에게 손목이 이끌려 이곳 저곳으로 옮겨다니던 여자들 중 한명이었다.

그렇게 끌려 다니며 나는 나의 미션을 수행해야 했다.
나만이 알아볼 수 있는 광채를 지닌 보석 찾아내기.
혹시라도 내 운빨이 최절정에 달해 멋진 왕자님이라도 있지 않을까 기대한 건 아니었다.
하룻밤의 향락을 찾는 사람이 아닌
그저 소박한 이야기가 통할 수 있는 사람을 만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램이었다.
그것이 바로 내가 오늘 나이트를 찾은 목적이었다.

나이트라는 곳에서 그런 사람을 만나길 바란건 너무 지나친 욕심이었을까?
하긴. 누가 나이트에서 그런 소박한 만남을 바란다는 말인가. 
머리식히러 간 만화방에서 오랜 고서를 찾는 꼴이었던 거지.

유혹이 난무하는 나이트에서 그런 순수한 만남을 원하는 여자는 비단 "나" 뿐만이 아니다.
나의 친구 중 한 명은 나이트를 가는 목적이 신랑감을 찾기 위해서라 했다.
처음엔 그 말이 참 어처구니도 없고 황당하기도 했는데,
지금 그녀는 나이트에서 만나게 된 사람과 결혼을 준비한다.
나이트에서 만났다고 편견을 갖기엔 그 신랑은 너무나도 참한 사람이었다.
그녀는 소기의 목적을 달성 한 것이다.
어처구니 없어 보이던 그 목표가 말이다.
그녀가 한 말은 이랬다.
" 나이트라고 해서 너무 헤픈 사람들만 오는 곳은 아니야. "

물론 그렇지. 어느곳에서든 예외란 있는 법이니까.
그 예외가 나에게 적용이 되는지, 안되는지가 문제인거지.

이것이 바로 많은 여자들이 나이트를 찾는 심리이다.


그렇다면 남자들의 심리를 한 번 살펴볼까?


그러한 이유로 나는 그 곳에서 얘기가 통할 것 같은 한 남자와 연락처를 교환했다.
그리고 우리는 나이트 근처에 있는 술집으로 가서 맛있는 우동을 시켜 먹었다.
우리는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살아가는 이야기, 그저 그런 평범한 소소한 이야기들을.
피곤이 몰려왔고 시간은 너무 늦었다. 이제는 정말 집에 가야 할 시간이었다.
나는 다음을 기약하며 친구와 집으로 가기 위해 자리를 나섰고, 그 남자분은 많이 아쉬워 하는 듯 했다.
그 남자분께 조금 더 시간을 함께 보내고 싶다는, 많이 아쉽다는 끈적한 문자가 계속 왔지만.
설마. 그런 지저분한 생각을 하는 후레자식은 아니겠지 생각을 고쳐먹었다.

우리는 일주일 정도 매일 문자로 연락을 주고 받았다.
그리고 그 사람은 곧 오랜시간 한국을 떠나있어야 할 나를 위해 맛있는 식사를 대접하겠노라 했다.
약속을 정했고 만날 시간이 다가왔지만, 그 사람에게서는 그 어떤 연락도 오지 않았다.

역시, 그런곳에서 만난 사람과 그 어떤걸 기대한 내가 어리석었다는 것을 절실히 깨달은 순간이었다.

그 후 몇일 뒤, 새벽 1시가 가까워 올 때 쯤, 그 사람에게서 전화가 왔다.
순간 머리끝까지 열이 확 받았다. 내가 이렇게나 사람을 잘못 봤었구나.

그놈목소리 : "여보세요~(혀꼬인 목소리)"
나 : "여보세요!!(열받은 목소리) 누구세요!!!"
그놈목소리 : "(순간 당황하며.) 어,, 저 OOO 인데요."
나 : "저 그런 사람 모르는데요. 저 누군지 아세요? "
그놈목소리 : "어.......... "
나 : "어디서 그런 똥매너를 배우셨어요? 술에 만취되서 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에게 새벽 1시에 전화해서 개주접을 떨어라는건 대체 어디서 배워먹은 매너입니까!!! 사람을 잘못봐도 한참 잘못봤네요. 나이트에서 만난 사람에게는 그렇게 예의없이 굴어도 된답니까? 저를 누구의 소개로 만났다면 저를 이렇게 대하셨겠어요? 나이트에서 어떤 여자들이랑 놀아나서 어떻게 노셨는지는 모르겠지만, 저도 그쪽을 잘못봤지만 그쪽도 저를 한참 잘못 보셨네요. 서로 똥밟았다치고 이쯤에서 연락 그만하시죠."

왜 그렇게 화가 났는지 모르겠다.
사람보는 눈이 꽤나 있다고 항상 믿고 있었던 내 자신에게 화가 났던건지,
가식만이 존재하는 그 곳에서도 진실은 있다고 믿고 있었던 내 자신에게 화가 난건지,
나에겐 예의라곤 눈꼽만큼도 보이지 않은 그 사람에게 화가 난건지,
현실적으론 시간을 비워놓은 황금 주말저녁, 그런 인간에게 바람을 맞은게 화가 났던건지,

그렇게 전화를 끊고 또 한 번의 전화가 더 왔고,  그 사람은 더 이상의 개주접은 떨지도 못한채,
어안이 벙벙한 상태로 나의 열받은 목소리를 감상할 뿐이었다.

미안하다는 문자가 몇 통이 왔다. 그런 뜻이 아니었다고. 본인은 그런 사람이 아니라고.
주말에 등산하다가 다쳐서 어제까지 누워있느라 날 만나러 오지 못했다고. 취소한다는 말을 하기가 미안해서 말 하지 못한 것이라고. 오늘 미안한 마음에 용기내서 전화 한 것이라 말했다. 본인은 정말 그런 사람이 아니라고. 오해 풀라고. 미안하다고.

답장을 보냈다. 누구를 어디서, 어떻게 만나더라도 사람간의 최소한의 예의는 지키시라고.
세상. 생각보다 좁으니 조심하시라고. 그쪽에게서 두 번 다시 연락받고 싶지 않노라고.

내가 너무했다고 생각하는가?
상대방의 말은 들어보지도 않고 너무 몰아붙였다고 생각하는가?
아니. 그렇지 않다. 그 사람의 거짓말은 너무나도 어처구니가 없는 것이었고,
흰바탕에 검은 점을 찍은 것 처럼 너무나도 명백한 것이었기 때문이다.
다쳤다고 한들 손가락이 부러지지 않은 이상 연락은 줬어야 함이 마땅하고.
미안했으면 당일은 아니더라도, 다음 날에라도 낮이나 초저녁쯤엔 전화를 했어야 하는 일이다.
최소한 술에 쩔은 목소리로 새벽 1시에 전화하는건 아니라는 말이다.
어쨌든 나의 나이트 헤프닝은 이렇게 끝이 났다.


감이 오는가? 이게 바로 나이트에서 남자가 여자를 보는 시선이다.
쉬운 상대, 쉽게 연락할 수 있는 사람, 막 대할 수 있는 사람.

그 사람이 나를 누구의 소개로 만났다면 그렇게 나를 대했겠는가?
누가 밥사달라고 했나? 연락하라고 했나? 혼자 북치고 장구치고 쌩쑈를 다하더니 결국 저 모양이다.
오히려 이런 일이 빨리 생겨서 감사한 마음 뿐이다.
아니면 괜히 시간낭비, 에너지 낭비만 더 할 뻔 했으니.
그리고 이 말을 꼭 해주고 싶었다.  "당신은 그런 사람입니다." 라고 말이다.
약속을 지키지 못한 미안한 마음을 새벽 1시에 술이 만취가 되어 용기내어 말한다는게
정말 찌질하지 않은가?  찌질하기도 그런 상 찌질이가 없다.

이런꼴을 당한건 비단 나 뿐만이 아닐 것이다.
물론 나이트에서 진솔한 만남을 원한 자체가 아이러니고 나의 실수인 것은 인정하지만.
씁쓸한 기분이 드는 건 어쩔수가 없다.

예전에 이성 친구와 남자들이 나이트를 가는 심리에 대해 물어본 적이 있었다.
그 친구의 대답은 하나였다.
"남자들 단순해. 나이트를 가는 이유? 뻔하잖아. 쏘 쿨한 원나잇! "

그 말이 거짓이길 바랬다. 모든 남자들이 그렇지는 않을거라고.
그곳에서 만나 진솔한 사랑을 키워간 내 친구 커플을 보며 "봐! 아니잖아" 증명하고 싶었다.
많은 남자들이 그렇더라도 그래도 그렇지 않은 한 사람. 그 보석을 찾을 수 있을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 곳은. 역시. 악취가 가득한 쓰레기 통일 뿐이었다.

여전히 환상을 가지고 나이트를 찾을 숙녀분들에게 드리는 몇가지 당부 말씀이 있다.

그 곳에서 진솔한 만남을 찾기를 기대하지 말라.
혹시라도 우연히 보석을 발견하게 된다면 주저해서는 안되겠지만, 항상 경계를 늦추지 말라.
절대 그 곳에서 만난 남자들의 개주접을 받아주지 말라.
거짓과 진실의 경계는 모호하다. 거짓을 보는 지혜를 가져라.
남자들이 그 곳을 찾는 목적을 항시 생각해라. 늑대들의 수를 먼저 읽어라.
덫에 걸리는 사람이 되지 말고, 덫을 놓는 사람이 되라.

남자들의 동물본성은 어쩔수가 없다.
이에 현명하게 대처하는 자세는, 우리가 그 본성을 미리 알고 대처하는 일 뿐이다.
최선의 방어는 최고의 공격일 수 있을테니.




Posted by 요조숙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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