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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4.05.31 2014년. 도하의 여름. 2

 

 

 

사막에서의 두번째 여름.

이 더운 중동에서 몇 번의 여름을 더 맞이하게 될 지는 모르겠다.

혹은, 이 여름이 마지막이 될지도.

 

오늘도 이곳의 온도는 45도가 넘어간다.

숨이 턱 막히는 뜨거운 바람, 살이 따가워 잠시도 서있기 힘든 햇볕.

눈은 부시다 못해 아파오고, 한낮의 에어컨에선 더운 바람마저 나오고.

샤워를 하기위해 차가운 물을 틀어도 샤워기에선 뜨거운 물만 쏟아져 나온다.

밖에서 걷는다든지 운동이나 조깅은 상상 조차 할 수가 없고,

모든 과일이나 야채는 다들 시들시들, 이 더위에 지쳐 진빠진 사람들과 다를바가 없다.

 

이렇게 척박한 생활 환경에서도 사람들은 살아가고,

누군가는 웃고 또 누군가는 슬퍼하기도 하고, 또 누군가는 사랑을 하기도 한다.

 

태어날 때 부터 금줄을 물고 태어난 카타리들은 평생을 물질적인 것들에 대해선 걱정 한 번 해본 적 없으리. 남자들이 고작 하는 일이라고는 디쉬다샤를 걸쳐입고 비싼 포르쉐나 벤츠, BMW등 수입차를 타고 여기저기 쇼핑몰을 다니며 양 손엔 수 많은 쇼핑가방들을 들고 다니다가 좀 지칠때쯤이면 커피숍에 앉아 종일 지나가는 사람들을 쳐다보며 시간을 죽이는 일 따위.

속으로 생각하겠지. 오늘은 몇 번째 부인 집에서 지낼까... .

 

그럼 카타르 여자들이 하늘 일이란,

아바야를 걸쳐입고 여자들 줄줄이 (아마도 모두 한 남자의 부인들일터.) 모여 명품 가방을 둘러매고 쇼핑몰에 쇼핑을 하러 다니는 일 따위.

그들의 아이들 조차도 모두 내니에게 맡겨버리니 과연 그들이 하는 일들은 무엇일까.

 

간혹, 그들보다는 조금 더 나은 인간들은 가끔 일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겸손이라고는 배워먹지를 못한 그들은 절대적으로 오만하고 방자하다.

구역질이 쏟아져 나올 정도로.

아무런 노력 없이 카타르 국민이라는 이유. 그 하나만으로 연봉이 1억이라는데

무슨 겸손을 배울수가 있을까.

하지만 이런 혜택은 정말 국민들을 위하는 것일까.

 

카타르 정부는 카타르 국민들에게 세계 최고의 혜택을 제공한다.

세금도 없을뿐더러 전기세 물세 등 생활에 필요한 그 모든 것들을 제공하며

교육의 기회, 그네들이 원하기만 한다면 그 어떤 것도 국가에서 제공한다.

 

BUT!!!

문제는 그들 국민 대다수가 자신의 발전을 위해 그 어떤 노력도 하기를 원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교육? 제공하면 무엇하나. 배울 의지가 없는데.

직업? 제공하면 무엇하나. 일 할 의지가 없는데.

과연 이 나라의 모든 부와 명예는 언제까지 지속될까.

기름, 가스가 천년만년 나오지는 않을테고.

이 모든것이 고갈되는 날. 그들의 미래는 과연 어떠할까.

 

이 나라를 움직이는, 이 나라에서 일을 하는 노동자들 80% 이상은 외국인들이다.

이 나라에서 건물을 짓는 일은 우리나라에서 많이 하는 것 같다.

심지어는 지금 진행되는 지하철 공사 마저도 우리나라 대기업에서 하고 있으니.

도하 네셔널 뮤지엄도 우리나라 건설 기업이 많이 참여했고 또 진행하고 있다.

 

그렇다면 도하의 교통을 책임지는 택시 기사들은???

네팔, 스리랑카, 방글라데쉬, 아프리카 지역에서 온 사람들이 많다.

 

도하는 GDP는 높지만 생활수준은 거의 우리나라 시골이라고 보면 된다.

그것도 갓 발전이 시작된 아주 어수선한 시골.

여기저기 둘러봐도 공사를 하지 않는곳이 없다.

교통을 보자면, 보통 사람들은 버스를 타고 다니기가 힘들다.

사실 난 아예 시도 조차 해보지 않았다. 해보고 싶지도 않고.

이 더운 날씨에 에어컨 조차 틀어주지 않는다.

그리고 더 중요한 이유는 버스에 여자들이 타는 모습을 거의 본 적이 없다.

 

그래서 우리는 어디든 이동할 때 무조건 택시를 이용한다.

이곳의 대표 택시회사 "카르와 택시"회사 기사들의 삶을 한 번 살펴볼까.

 

그들은 하루 14시간-15시간 근무시간을 가진다.

그 안엔 하루 세끼의 식사시간이 모두 포함된다.

그리고 그 시간동안 회사에 지불해야 하는 하루 택시 대여료는 250리얄.

우리나라 돈으로 75000원-80000원 상당의 돈이 된다.

 

이 곳 택시의 기본요금은 10리얄(대략 한화 3000원정도)이다.

요금 측정은 시간대별 조금씩 다르며 일정한 거리 이상부터 키로미터당 돈이 부과된다.

 

도하는 무척 작은 도시이다.

그리고 이 도시의 도로는 처음 누가 설계하고 만들었는지 아주 황당하고 지랄맞다.

게다가 돈 개념없는 카타리들은 한 집에 차가 몇 대씩 있고, 카타리가 아니더라도 이곳에 생활을 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차를 소지하고 있기에 교통체증은 엄청나다.

처음에는 출퇴근 시간만 교통체증이 있나 했는데 살아보니 그것도 아니다. 늘 교통체증이 있다.

출퇴근 시간엔 그 교통체증이 더 지독해지는 것 뿐.

 

그래서 택시 기사들은 하루에 많은 손님들을 태우기가 힘들다.

또 태운다고 하더라도 단거리만 많이 가는 손님들을 태운다면 그 또한 돈을 벌기가 힘들다.

그들의 할당량을 채울 수 있기는 할까라는 생각이 든다.

 

내가 본 대부분의 택시 기사들은 늘 지쳐있고 늘 어깨가 쳐져있다.

늘 배가 고프고 늘 잠이 부족했다.

 

한번은 그들의 숙소는 어떤지 물어보았다.

한 방에 4개에서 6개의 2층 침대가 놓인다고 했다.

한 방에 8명에서 12명의 사람들이 함께 잔다는 말이다.

 

누군가는 코를 골테고 누군가는 잠드는 시간이 다를수도 있을텐데

잠시 그렇게 생활을 하는 것도 아니고 그게 그들의 일상생활이라니 정말 어이가 없고 한숨이 나왔다.

 

가끔 회사에 내야하는 돈 마저 채울수가 없을때엔 돈을 빌려서라도 내야 한다고 했다.

그리고 이 나라의 신호위반 벌금을 말해줄까.

상상 그 이상이다. 신호위한 벌금이 6000리얄이다. (한화로 180만원 정도)

어쩌다 실수로 신호위반이라도 하는 날이면 그건 모두 택시기사의 몫이된다.

운전하면서 신호위한 한 번 안해본 사람이 있을까?

물론 해서는 안되지만 모든 사람은 실수를 할 수도 있지 않은가.

혹여 신호위반이라도 하면 그들의 삶이 어떠할지. 상상이나 할 수 있겠는가.

 

그렇게 그들이 한달에 버는 순수 수입은 몇 십만원 정도.

그것도 그들은 모두 자신들의 가족들에게 돈을 보낸다고 한다.

그들 대부분은 자신의 나라에 부인과 자식을 둔 한 가정의 아버지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늘 택시를 탈 때마다 내가 지불해야 하는 요금 이상의 돈을 지불한다.

내가 해줄 수 있는게 그들에게 고작 몇 리얄을 팁으로 주는 것 밖에는 없으니.

 

내가 어제 만난 방글라데시 택시기사는 전날 집에 들어가니 12시 반이었는데 씻고 잠자리에 누우니 1시가 조금 넘었더란다. 그리고 그 날 아침 7시에 또 이렇게 일을 나왔다고 했다.

 

그렇게 그들은 평균 50도를 아우르는 사막땅에서,

에어컨 마저도 뜨거운 바람이 나오는 택시안에서 하루를 보낸다.

늘 그들은 그 뜨거운 태양아래서 두통을 호소하고 피로와 피곤을 토로하며

축 쳐진 어깨로 도하를 누빈다.

 

같은 하늘 아래에서 그것도 같은 공간에서.

단지 어느 나라에서 태어났다는 그 이유 하나만으로.

누군가는 평생의 호의호식을 보장받고, 누군가는 평생을 죽도록 일만 한다.

 

난 이곳에서 참 많은 것들을 생각하고 느낀다.

그리고 난 이곳에서 내가 대한민국 국민이라는 사실이.

노력한만큼 결과를 바랄 수 있는 나라에 태어난 것 만으로도 가슴 깊은 감사를 느낀다.

 

오늘도 힘들게 일하고 쳐진 어깨로 집으로 향하는 우리나라의 모든 직장인들에게

내 힘찬 응원을 보내며,

교육의 중요성을 알고 오늘도 집에서 정성과 사랑으로 아이들을 키우는 우리나라의 모든 엄마들에게

내 힘찬 박수를 보낸다.

 

난 이곳, 미래가 없는 나라에서 돈만 물고 태어나지 않았음에 감사드린다.

겸손과 품위를 지키며 살도록 가정교육 시켜주신 멋진 가정환경에서 태어난 사실이.

노력한 만큼 결과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좋은 환경의 나라에서 태어나게 된 사실이.

가슴깊이 감사함을, 나는 이곳 도하에서 다시 한 번 느끼고 있다.

 

 

 

 

 

 

 

 

 

 

 

Posted by 요조숙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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