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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6.08.27 생애 첫 봉숭아 물들이기.

 

 

5살이 된 우리 공주 손톱에 생애 첫 봉숭아물을 들여줬다.

함께 지냈었다면 벌써 작년에 해줬을텐데.  

작년엔 얼굴 본 것도 대 여섯번에 지나지 않으니..

이건 뭐.. 무늬만 엄마지 엄마 노릇을 제대로 해 준적이 없는 엄마였다.

 

그렇게 아장아장 걷던 젖먹이를 떼놓고 헤어졌는데

몇 달에 한 번씩 한국에 올 때 마다 내가 깜짝깜짝 놀랄 정도로 부쩍 자라있는 우리 공주를 보면

기쁜 마음보다는 이렇게 예쁘게 성장하는 그 모습 하나 하나 봐주지 못해,

함께 해주지 못해 늘 마음이 아팠다.

 

이렇게 우리 공주에게 봉숭아 물을 들여 주노라니,, 참 많은 감사한 생각들이 내 머릿속을 떠 다녔다.

 

 

네가 내 딸이 되어주어서.

내가 네 엄마가 될 수 있어서.

 

내가 없는 동안 이렇게 예쁘고 해맑게. 그리고 건강하게 잘 자라주어서.

그리고 그간 곁에 있어주지 못한 엄마를 다시 따뜻하게 받아주고 이렇게 사랑해줘서.

내가 네 손에 이렇게 봉숭아 물을 들여줄 수 있는 따뜻한 추억을 만들 수 있게 해줘서.

 

마지막으로..

네가 아들이 아니라 딸이라서..

참 감사하다... 

 

 

너에게 봉숭아 물을 들여주고 싶었어.

얼마나 예쁠까..

저 작은 손톱에 빨간 물을 들여놓으면 얼마나 귀여울까.

첫 눈이 올 때까지 저 작은 손톱에 봉숭아물이 남아있을까.

넌 첫 눈이 올 때 어떤 소원을 빌까...

 

그래서 엄마는 여기저기 부탁을 했지.

엄마 아빠에게 운동 가시는 길에 봉숭아를 보면 꼭 따 오시라고,

언니에게는 어디 봉숭아가 눈에 띄이면 담뿍 따오라고.

 

결국..

네 이모가 그 미션을 성공했단다..

친구와 한적한 산 근처를 드라이브 하다가 갑자기 봉숭아가 눈에 보이길래 급하게 차를 세워 담뿍 따왔다는거야.

너를 끔찍히도 사랑하는 네 작은 이모의 정성이.. 너무 예쁘다.. 그치?

 

너는 어제부터 손톱에 봉숭아물을 들여달라고 엄마를 얼마나 졸라댔는지 몰라.

하지만 엄마는 어젯밤에 꼭 나가봐야 하는 일이 있었고. 

엄마 꽁무니만 쫄쫄 따라다니며 안가면 안되냐는 너의 강아지 눈빛을 보며 엄마가 얼마나 마음이 아팠는지 몰라.

마당밖까지 쫓아나와 잘갔다오라며 손을 흔드는 네 모습이..

그저 3시간 외출했다가 다시 돌아오는건데도.. 그렇게 마음이 먹먹하더라.

이런 너를 두고.. 내가 어떻게 그 오랜시간 너와 떨어져서 지낼 수 있었던걸까...

네 생각에 얼마나 많이 울었는지.. 너는 언제쯤.. 엄마 마음을 알까..

 

어쨌든..

너는 오늘 유치원을 하교하면서부터 또 손톱에 봉숭아물을 들이자며 나를 볶아댔지.

봉숭아물을 들이는게 뭔지 모를텐데 그게 너에게도 그렇게나 설레이는 일이었나보다.

꽃물을 손톱에 들이는게 뭔지도 모를텐데 자꾸 엄마에게 먼저 해줄거라고 넌 난리법석이다.

 

네가 그렇게 기다리던 일을 드디어 시작했어.

봉숭아 꽃잎과 잎들을 넣고 너는 콩콩 빻기 시작했지.

어디선가 본 적이 있는 것처럼 난 그렇게 하라고 시킨적도 없는데 비닐속에 꽃잎을 꺼내 절구에 넣고 콩콩 빻는 모습이 너무 자연스러워 나는 또 한 번 깜짝 놀랐어.

 

어느새 백반도 비닐을 뜯어 한 봉지를 절구에 모두 쏟아부으려 하는 걸 엄마가 겨우 말렸지.

얼마나 귀여운지..

 

 

엄마가 어릴 때 손톱에 봉숭아물을 들일때는 말이야..

손톱에 봉숭아를 올리고 그걸 랩이나 비닐로 감고 그걸 고정하기 위해 실로 탱탱 감아놨단다.

그런데 이게 실로 손의 비닐을 고정하는건 한계가 있거든.

보통.. 자고 일어나면 손톱의 봉숭아 비닐 몇 개는 이미 빠져나가 이불속이나 바닥에 나뒹굴고 있지.

아침이 되면 손톱에 남아있는 봉숭아들을 버리고 손을 씻어 손톱에 색이 얼마나 물들었나 확인하지.

그러면.. 이미 잠결에 봉숭아 비닐이 날아가버린 손톱의 물은 엷게 들어있고,

아침까지 봉숭아가 남아있던 손톱의 물은 빨갛게 들어있단다.

그게 너무 일률적이니 않으면 또 얼마나 속상하던지.

 

그래서 엄마는 비닐장갑과 종이반창고를 준비했지.

비닐장갑 손가락 부분만 네 손가락에 맞게 자르고 봉숭아를 올린 손톱에 씌운 다음에 종이 반창고를 감았어.

와.........................................

해놓고 보니.. 스스로도 머리를 참 잘 썼다는 생각이 들더라니까..

저렇게 종이 반창고를 붙이니 실을 감을때 손가락이 감기는 느낌이 없어서 편할테고.

봉숭아 물이 비닐 밖으로 빠져나오지 않아 이불에 봉숭아물이 드는 일이 없을테고.

잠결에 봉숭아비닐이 네 손에서 빠져나가는 일이 없을테니 이 또한 좋지 아니한가!! 하하하.

 

아... 정말 멋진 아이디어라 스스로 감탄하며 네 손에 반창고를 감아주고 있노라니

너는 누워서 잠이 들 듯 말 듯 눈을 껌뻑거리다 갑자기 피식피식 웃는게 아니니..

그래서 왜 자꾸 혼자 웃는거냐고 물어보니.. 네 대답이 정말... 얼마나..... 사랑스러운지..

 

"친구들이 보면 멋지다고 할거야."

 

하하하하하하하.

 

갑자기 엄마 친구가 뭐하냐고 연락이 오네..

네 손에 봉숭아물을 들여주고 있다고 하니,, 아니 요즘에도 봉숭아물을 들여주냐며..

하하.. 이게 바로 딸 가진 엄마의 행복 아니겠니.. ^^

 

 

공주야..

고마워..

네 손에 봉숭아 물을 들여주니까 옛 추억도 생각이 나고 너 만큼이나 엄마도 정말 행복했단다.

정말 너무너무 고맙다..

 

우리 공주 생애 첫 봉숭아 물들이기는 아주 대~~ 성공인 듯 싶다..

 

 

 

 

 

내일 아침이 너무 기대되네...

 

그런데 너는......  좋아할까???

 

싫어하면 곤란한데...

 

아주... 많이.......

 

왜냐면.....

 

이건.....

 

지워줄수가 없거든... ㅡ.,ㅡ^

 

무조건 네가 좋아해주길 기도하며 자야겠다.. ^^

 

 

 

Posted by 요조숙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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