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주 한잔이 그리운 날.
L.I.F.E.S.T.Y.L.E 2015. 6. 5. 05:36 |
아주 오랫동안 술을 마시지 않고 살았던 것 같다.
물론 비행가서 자기전에 맥주 한잔씩 하는 날들은 있었지만
언젠가부터 그 조차도 즐겁지가 않게 되었다.
그렇게 맥주가 맛있다는 독일에서 조차도.
이젠 혼자 마시는 그 맥주가 맛이 없다.
한참을 그렇게 술을 잊고 지냈었는데
최근에는 소주 한잔이 그립다.
이곳에서도 소주를 찾아 마실려면 충분히 찾아 마실수도 있지만
내가 정말 그리운 건 그 소주가 아니다.
집에서 멀지 않은 동네 어귀의 테이블 몇 개 되지 않는 작은 술집.
뜨거운 오뎅국물, 차가운 소주 한 병, 그리고 입 무거운 내 오랜 친구들.
우리 이야기가 묻힐 만한 주변 테이블의 시끌벅적한 사람들의 소음소리.
예전부터 집에서 떨어진 낯선 곳에선 술맛이 나지가 않았다.
그러고보니 술 뿐만이 아니라 나란 인간은 집 주변이 아닌 낯선 곳은 좋아하지 않았던 것 같다.
집에서 조금 먼 곳에 있으면 심적으로 집에 돌아 갈 걱정이 앞서서 그런건지.
그래서 내 젊은날 거의 모든 추억은 우리집 근처가 대부분인 것 같다.
택시를 타도 기본요금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행동반경.
그 곳에서 차를 마시고, 술을 마시고, 산책을 하고, 데이트를 하던.
최근엔 한국이 많이 그립다.
우리 공주가, 부모님이, 내 형제들이, 그리고 친구들이.
첫맛은 씁쓸하지만 끝맛은 달큰한 그 소주 한잔이.
나의 가장 친한 친구인 언니와 소주 한 잔 하고싶다. 시원한 오뎅국물 안주삼아.
그립다. 나를 위해주는 사람들이 있는 그 따뜻한 내 자리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