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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20.02.15 우한 여성의 일기 (샤오항의 일기)

 

 

결혼한 지 얼마 되지 않은 33살의 여성.

그녀의 삶을 바꾸는 비극은 2020년 코로나 바이러스와 함께 시작된다.

 

그녀는 코로나 바이러스가 발생한 우한의 수산물 시장에서 500여미터 떨어진 인접한 거리에 살고 있었다.

결혼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신혼이고

부모님을 지극히 사랑하는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지극히 평범한...

우리네 먼 이웃이었다.

 

본인이 기른 토마토를 엄마에게 자랑하고

정말 소소한 일상에 행복을 느끼던 그녀..

 

1월의 어느날 코로나 바이러스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고 도시가 봉쇄되었다.

 

그러던 어느날..

어머니가 기침을 시작했다.

 

어머니를 병원에 입원시켰다.

그리고 아버지도 몸에 열이나고 기침을 시작하셨다.

어머니의 병세는 하루가 다르게 나빠지셨고 어떻게 손을 쓰기도 전에 몇 주만에 돌아가셨다.

 

맘 편히 울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왜냐하면.. 엄마를 보내자마자 또 아버지가 아프시다.

엄마를 그렇게 허망하게 보내고나서 아버지마저 그렇게 보낼수는 없었기에 여자는 더 악착같이 매달린다.

아버지를 살리기 위해.

 

우한의 병원을 다녀보지만 이미 환자들로 가득차 있는 병원에서는 아버지를 받아주지 않는다.

이미 양쪽폐가 다 하얗게 변해버렸지만(섬유화) 입원을 시켜줄 자리가 없다는 이유였다.

 

여자는 절망한다.

이렇게나 아무 힘도 없는 인간이라니.

아무것도 할 수 없고 어떻게도 아버지를 도울 수 없는 본인에게 좌절한다.

 

그래도 가까스로 아버지를 입원시킬 수 있었다.

 

그녀는 정말 제정신이 아니었을거다.

아버지를 입원시키고 나서 기도를 한다.

올 것은 결국 오게 되어있지만, 가능한 천천히 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며...

그리고 어머니를 그리며...

 

아래 내용은 일기 원본 중 일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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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당신이 그립습니다.

매 순간. 매 분. 매 초마다 전 당신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당신은 내가 흘리는 모든 눈물 안에 들어와 있고, 당신은 내가 지금 마시고 있는 공기에 모두 들어가 있습니다.

당신은 나의 남은 삶에서 모든 나의 삶에 다 있을겁니다.

손바닥에도, 눈에도, 마음속에도 계속 계속 당신을 생각 할 겁니다.

 

전 마지막으로 당신을 안았던 그 느낌을 그저 상상할 수 밖에 없어요.

당신은 말랐고 가벼웠습니다. 그리고 몸은 차가웠어요.

전 계속 상상해요. 당신을 꽉 끌어안고 있는 그 느낌을.

 

당신은 너무 무서워하지 마세요.

당신은 그저 조금 일찍 떠난 것 뿐이에요.

큰 삼촌도 당신의 뒤를 바로 따라갔네요.

여러분들은 다른 세상에서도 서로한테 기대고, 서로한테 벗이 되어주세요.

이제부터는 병도 없고, 재난도 없을거에요.

이제부터 집안일에 얽매일 일도 없으니 자유롭게, 행복하게, 내 머리의 별이 되어주세요.

내 마음속으로 당신을 생각하고 있으면 저도 무섭지가 않아요.

 

당신의 말대로 아이를 한 명 낳을께요.

당신이 그 아이로 돌아와주세요.

그리고 제 딸이 되어주세요.

그러면 제가 남은 제 생명으로 당신을 영원히 사랑할께요.

그리고 저를 꼭 닮아주세요. 마치 제가 당신을 닮았던 것 처럼.

 

하지만 제가 한가지만 빌께요.

우리 아버지를 지켜주세요. 아직은 아버지를 데려가면 안되요.

저는 지금 온 목숨을 걸고 아버지를 구하고 있어요.

그리고 당신을 이렇게 보호해주지 못한것을 후회하고 있어요.

전 정말 쓸모가 없네요.

 

하지만 화살이 마음에 꽂혀도 그 화살을 빼지 않는 이상 나는 쓰러지지 않을거에요.

우리를 조금만 더 기다려주세요.

언젠가 우리가 천국에서 같이 만날 날이 올거에요.

 

오늘밤 제 꿈에 찾아와주세요. 마지막으로 저를 보고 이야기도 나눠요. 꼭 와주세요. 꼭..

 

 

아빠 엄마의 집에 가서 옛날에 찍었던 가족사진을 챙겨왔다.

이 사진 안에 있는 사람은 더이상 한 명도 더 줄어선 안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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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곧 이 여성도 몸에 열이나고 기침이 나기 시작한다..

하지만 너무 무서워 병원에 갈 수가 없다..

 

몇 일이 지나지 않아 아버지가 돌아가셨다.

 

한달새 부모님 모두를 코로나 바이러스로 잃었다.

그리고 그녀 또한 증상이 나타나고 있다.

 

그녀는 살고싶다.

살아서 어머니가 바라셨던 아이를 낳고 그렇게 살아보고 싶다.

아직은, 아직은,, 죽고 싶지가 않다.

 

그리고 신랑을 걱정한다.

혹시 본인으로 인해 신랑까지 전염이 되지는 않았을지..

 

 

몇 일 후 그녀의 모든 일기는 삭제되었고 사과문을 게재한다.

 

아마 공안에 끌려가 내용삭제와 사과를 명령했으리라..

충분히 그러고도 남을 공산국가니까..

 

지금 우한 현지소식은 더 이상 나오지 않고 있다.

우한지역 상황이 노출되는걸 통제하기 위해 인터넷을 막았다는 이야기가 나오는데 진실인 것 같다.

빌어먹을 공산당들.

 

공개하지는 않았지만 베이징과 상해도 지역봉쇄가 시작되고 있다고 하는데..

 

우한 사람들을 탓했던 나의 무지함에 용서를,,,

샤오항씨.. 꼭 살아남아 예쁜아이 낳고 좋은 부모님 되시길..

우한분들 모두 힘내시길..

 

우한 짜요!!!

Posted by 요조숙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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