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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4.06.26 화를 다스리는 법. 2

 

내가 아주 어렸을 때 봤던 동화책이 생각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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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젊은이가 좁은 길을 따라 걸어가고 있었다.

때마침 길 위에 떨어져 있던 사과 하나.

혼자 걷고 있자니 심심하기도 지루하기도 했던 그 젊은이는 사과를 걷어찼다.

아니, 그런데 이 사과가 커지는게 아닌가.

어라, 이것봐라. 신기하기도 재밌기도 한 마음에 자꾸 때려봤더니 이게 점점 커지는게 아닌가.

사과가 커지면 커질수록 이 젊은이의 마음은 자꾸만 사과가 자신에게 대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는 아예 몽둥이를 들고와 사과를 내리치고 있자니 어느덧 이 사과는 가던 길을 가로막기에 이르렀다.

그때, 나타난 노인. "그 사과는 때리면 때릴수록, 화내면 화낼수록 커지는 사과라네."

그 말에 정신을 차린 젊은이는 마음을 가라앉히고 사과를 피해 길을 지나갔더니 어느새 그 사과는 예전 크기로 아주 작아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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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작 읽을때는 아무 생각없이 읽었을텐데 20여년이 지난 지금에서야 그 이야기가 생각이 난다.

 

항상 언니가 이런 얘기를 해준다.

화가 날때 먼저 내 마음을 들여다보라고.

화가 나는 그 마음을 들여다 볼 수만 있다면 어느새 화는 내 속에서 사라질 것이라고.

 

또 누군가는 이런 얘기를 해주었다.

화가 날때는 잠시 이런 생각을 해본다고.

1. 이 일이 정말 화를 낼 만한 가치가 있는 일인가.

2. 화를 냈을 때 이 문제를 해결하는데 도움이 되는가.

3. 화를 냈을 때 나한테 이득이 되는 일인가.

 

화가 났을 때, 그런 생각을 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진다는 것 만으로도 엄청난 일이다.

대부분은 화가 났을 때, 화가 난 그 순간에 집중을 하지 다른건 생각하기 힘드니까.

 

화를 내고 나면 내 마음은 편한가.

화를 내고 한번이라도 화를 참 잘 냈다고 생각했던 적이 있었던가.

아니, 절대. 그 어떤 이유로라도 일단 화를 내면 절대적으로 내 손해다. 마음이 안편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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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오랜만에 한국에 들어가서 잠시 운전을 할 일이 있었다.

시장에서 살게 있어 주차를 잠시 해야하는데 마땅한 곳이 없었다.

때마침 골목앞 주차할 만한 곳을 찾았지만 골목안엔 차 한대가 주차되어 있었다.

찜찜한 마음은 들었지만 5분 정도야, 이런 생각에 그 골목앞에 잠시 주차를 하고 얼른 물건을 사서 나왔다.

내가 주차를 하자마자 차 주인이 나가려고 차를 가지고 나왔나보다.

 

아줌마가 나를 보며 대뜸 화를 내며 소리를 질렀다.

 

"여기에 주차를 하면 어떻게해요? 그리고 주차를 했으면 전화번호를 똑바로 적어놓든가, 맞지도 않는 전화번호를 적어놓고 이렇게 사람을 기다리게 하면 어떻게해요!!!!!!"

 

우선 내가 잘못한 일이다. 평소 내가 타고다니지 않으니 차에 붙어있던 전화번호는 아버지 전화번호였다. 또한, 그곳은 주차를 하면 안되는 곳이 맞긴 하다. 골목 안에 그 무식한 아줌마 차 한대가 주차되어 있었으니까. 하지만 저렇게 사람 보자마자 소리를 질러야하나..

분명 내가 먼저 사과를 했어야했지만, 미안하다는 말이 입밖에 나오지 않았다.

 

"알았어요. 아줌마. 지금 바로 차 빼드릴께요."

 

그리고는 상대하고 싶지 않아 얼른 차에 올라탔다.

그리고 차를 빼려고 지나가던 차들이 빨리 지나가기를 기다렸다.

그런데 이게 왠일. 내가 차에 타자마자 뒤에 아줌마가 미친듯이 클락션을 울린다. 아,, 놔,,,,,

순간적으로 화가 확 올라오는데,, 참았어야 했는데 창문을 내렸다.

 

"아줌마, 지금 지나가던 차들이 지나가야 차를 뺄거 아니에요."

"그러게 차를 세우면 안되는곳에 차를 세워서 가지도 못하게 난리야!!!!!!!!!!!!!

  운전도 못하는게 차를 끌고 나와서는!!!!!"

 

아.... 놔........ 진짜........ 아.......... 놔......................... 진짜............ 미치겠네.....

경우가 없어도 없어도, 무식이 정도를 지나쳐도 지나쳐도 이거 진짜 무슨 경우야!!!!!!!

 

너무 황당하고 어이없고 화가났다. 이거 진짜 무슨 재수야.

아줌마. 나 운전 안 못하거든요. 나 운전 10년차 다 되가거든요.

지금 차 한번 잘못 세웠다고 이렇게까지 하는건가요.

아줌마. 내가 남자였어도 이렇게까지 소리 질렀을건가요.

 

순간 이런 생각이 들었다.

그래. 참자. 저런 사람은 빨리 피하는게 상책이다.

상식이 통하는 사람이었으면 저렇게 행동하지도 않았을테니까.

내가 문제가 아니라 분명 이미 다른것에 화가 나 있었던 것이다.

아줌마는 그런 생각도 했겠지.

내가 본인보다는 어린것 같은데 어린게 사과도 안하고 차에 낼름 올라타니 약오르기도 했겠지.

 

억울하고 화나는 마음으로 할 일도 제대로 마치지 않고 집으로 돌아갔더니 아버지가 차를 어디 세웠었냐며, 아줌마가 화가 나서 전화가 왔었노라고 말씀하신다.

공연히 아버지가 사과하셨단다.

이런, 아놔. 진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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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상황에서 최선은 무엇이었을까.

일단 상황은 일어났고, 어떻게 했으면 내가 마음이 덜 상할 수 있었을까.

 

안다. 내가 한번 굽히고 미안하다고 했으면 아줌마가 소리를 덜 질렀겠지.

내가 창문을 내리지 않고 더 참았다면 운전 못하는게 어쩌고 하는 소린 안 들었겠지.

 

뭐든 한번 더 참으면 더 큰 화를 피할 수 있다.

그걸 너무 잘 알면서 실천에 옮기는건 왜 그렇게 힘든 일일까.

현명하지 못한 내가, 머리로 아는걸 실천으로 옮기지 못하는 내가... 원망스럽다.

 

순간의 화를 참으면 더 많은 걸 얻을 수 있다.

순간의 화를 참지 못하면, 생각보다 훨씬 많은 것을 잃어버릴 것이다.

 

화는 화를 부른다. 화는 무조건적으로 피해야한다.

화를 내지 않는 사람은 좀처럼 화를 낼 일이 없다.

화를 내는 사람은 늘 화를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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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를 낼 때 우리는 화를 즐긴다.

화에는 중독성이 있고 묘한 쾌감이 있다.

그러나 화에는 위험이 따르며 그 결과는 쾌감의 정도를 능가한다.

분노는 관계를 파괴시키며 사람들과 멀어지게 한다.

                                                                   - 술취한 코끼리 길들이기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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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만 잘 다스릴 수 있다면, 난 훨씬 더 행복하게 살 수 있을텐데.

 

내 마음이 요동치는 것이 싫다.

작은 것 하나에 내 마음이 일렁이고 소중한 시간들을 엉망으로 만들어 버리는게 싫다.

 

이전엔 화를 낼 일이 거의 없었는데, 이런 고민을 할 필요도 없었는데.

언젠가부터 작은 일들에 예민해지기 시작했고 그 사소한 일들이 내 생활에 영향을 주기 시작했다. 뭔가, 본질적인 문제가 있다는 생각이 드는데..

 

현명한 사람은 행복하고 행복한 사람들은 화를 내지 않는다고 했는데..

한번 지는게, 한번 숙이는게 진정 이기는게 맞는데.

그게 참 어렵다.

 

 

 

 

 

 

 

 

Posted by 요조숙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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