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을 했다.

병명은 이하선 종양.

 

내가 사랑하는, 나를 아껴주는 많은 이들이 괜찮을거라 이야기 해주었지만.

언제나 그렇듯.

그런 말들이 내게 큰 위로는 되지 않는다.

 

이하선 종양은 침샘에 생기는 혹의 일종으로

내 경우에는 귀 뒷부분에서 아주 작게 시작해 내가 수술을 했을 땐 4-5cm정도가 되었다.

 

혹이 아주 작았을 때부터 이비인후과나 내과에 갈 일이 있을때마다 이 혹이 뭐냐고 물어보았었다.

대부분의 의사들이 없어질테니 기다려보라고 했었다.

심지어는 준종합병원 규모가 되는 이비인후과에 갔을 때도 의사는 이 혹을 보더니 없어지기도 하니까 기다려보라는 말만 했다.

 

해가 거듭될수록, 혹이 없어지기는 커녕 오히려 크기가 조금씩 커졌다.

그러던 중, 내가 어린시절부터 다녔던 내과에 갔다가 의사선생님께 그 혹에 대해 잠깐 언급을 했는데

의사선생님이 바로 종합병원에 가서 진찰을 받아보라고. 수술을 해야하는 혹 같다고 말씀해주셨다.

 

이거 뭐지.

몇 해를 병원 몇 군데에서 다 괜찮다고 했던 혹인데.. 

 

그 의사선생님이 추천해주신 종합병원 과장님에게 가서 진찰을 봤다.

내가 가지고 있는 혹은 침샘에 생겨날 수 있는 혹으로 병명은 "이하선종양"이라고 한다고 말씀해주셨다.

혹이 양성일수도, 악성일수도 있으니 빨리 가서 검사부터 받아보라고.

지방 종합병원에서도 수술을 할 수는 있으나 귀 앞부분부터 뒷부분 목 근처까지 칼을 대야하기 때문에

흉터가 꽤 크게 생기므로 서울의 큰 종합병원에서 수술을 하는게 좋을을 것 같다고 알려주셨다.

 

그래서 결정한 곳이 서울의 모 종합병원인데.

CT, MRI, 새침검사까지 모두 마친 이후 해주신 말씀으로는 악성일 가능성이 있는 혹이다.

MRI 검사결과 혹의 형태로 보면 양성혹이지만 새침검사를 보면 악성일 가능성도 있다.

최대한 빨리 수술을 해야 하며, 혹은 점점 크기가 커질 것이다 라는 것이다.

 

그때 검사를 했던 시기가 출국을 한달 여 남겨 놓았을 때 였다.

니미럴. 내 인생은 뭔놈의 출국만 할려고 하면 일이 생겨.

일단 출국하고 Sick leave로 수술을 하자 싶어 출국을 한게 벌써 3년전 이야기다.

 

왜 나는 그간 수술을 하지 않았을까.

처음엔 최대한 빨리 수술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이건 악성암이 아니라 그냥 양성 혹일거라는 이상한 확신이 들기 시작하기도 했고.

또 일이 너무 재미있었기 때문이기도 했다.

수술을 하고 나면 일을 다시는 못 하게 될수도 있으니, 일단 수술은 리자인 할 때 하자라는 생각이 들면서

한달 한달 미루다 보니 이렇게나 미뤄져 버렸다.

 

 

수술 하루 전날 저녁.

수술을 하는 교수님과 주치의가 다른 이 종합병원에서

주치의는 수술을 앞둔 내게 수술 이후, 내게 일어날 수 있는 후유증등을 아주 자세히 알려주었다.

 

귀부분부터 목부분까지 이어지는 큰 수술이기에 수술 중 신경을 다치게 되면 안면마비.

귀부분도 절제가 들어가기에 귀부분의 신경이 손상되면 귀의 감각을 잃게 될 수 있고.

모든 수술이 잘 된 이후에도 음식을 먹을 때 귀 뒷부분으로 많은 땀이 날 수가 있다.

이유인 즉, 침샘 조직을 도려내는 수술이기에 음식을 먹을 때 분비되는 침들이 침샘으로 가야하는데

침샘 조직을 떼어냈기 때문에 갈길을 잃고 그 조직이 없어진 귀 뒷부분으로 땀이 나온다는 것이다.

 

또 지금 있는 종양의 크기보다 더 많은 조직을 도려낸다고 했다.

지금의 종양이 암 조직일지, 단순 혹일지 조직을 다 떼어낸 후 조직검사를 다시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일단은 이 조직이 암일수도 있다는 가정하에 혹보다 더 크게 조직을 도려내야 하기에

얼굴의 좌우대칭 형태가 약간 변할수도 있다는,,

 

만약, 그 떼어낸 혹이 암일경우. - 이 경우는 정말 최악이다.-

그에 관련된 치료를 또 해야 한다고도 했다.

침샘 조직에 생겨날 수 있는 암의 종류가 10개정도인데 만약 침샘의 암이라면.

예후가 아주 안좋다고 하셨다.

암종류 중 치사율이 2번째로 높은..

그럼 걸리면 대부분 죽는다고 봐야하나..

 

이런 이야기들을 듣고 나니 정말 아무 생각이 안들었다.

무슨 생각을 할 수 있을까.

걱정을 해도 답이 안 나오는.

 

이럴때 내가 하는 행동은..

아무 생각도 안하는 거다.

'응.. 그렇구나. 근데 아직 확정은 아니니. 그때까지 편하게 있자.'

 

죽음.

죽음에 대해 생각을 해 본적이 없다.

나는 항상 오늘. 내일. 5년뒤. 10년 뒤.

이런 생각들만 해봤지 내가 죽을수도 있다는 생각은 한번도 해 본적이 없다.

살면서 힘든일도 많았지만 난 내 인생이 참 좋다. 

정말 감사한 경험들이 많고 앞으로도 많았으면 좋겠다.

앞으로도 오래오래 많이 웃고, 울고, 기쁘고, 화도나고.

그렇게 재미있게 살고 싶다. 오래오래.

 

죽음에 대해 생각을 하니 가장 먼저 내 마음을 먹먹하게 만든 건

바로 내 딸이다.

 

나는 내 삶을 사랑하고 오래 살고 싶지만,

죽음 또한 내가 받아들여야 할 일이라면..

그것 또한 잘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지만 그럼 내 딸은...

해주고 싶은것도, 함께 하고 싶은 것도 너무 많은데.

 

그래서 기도를 했다.

내가 이 험한 세상으로부터 딸을 온전히 지켜낼 수 있게 해달라고.

 

서늘하게 차가운 수술대 위에서 산소마스크를 끼며 의식이 사라지기 전까지 했던 한가지 생각.

"수호천사님. 내 곁에 있어주세요. 무섭지 않게 해주세요. 수술 잘 되게 해주세요."

 

 

아픈건 괜찮다.

생살을 찢고 꿰매고 도려냈으니 안 아픈게 이상한거지.

문제는 몇 년을 내가 키워놓은 그 혹이 어떤 혹이냐는 거다.

 

이번 일이 그저 앞으로 건강관리 잘 하라는 경고였으면.

건강하기만 하면 어떤 일이든 못 할게 없다.라는 말이 이렇게 가슴으로 와 닿게 될 줄..

내가 큰 한숨쉬며 고민하고 힘들어하던 일들이 건강 앞에선 참으로 사소한 것들이었구나 싶은 지금..

 

내일 나는 또 웃으며 "아,, 정말 이번에 건강의 소중함을 다시 한 번 알게됐다." 며 이야기 할 수 있게 되기를.

 

 

 

 

Posted by 요조숙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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