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일 무서운게 무엇이든 내 몸에 습관으로 스며드는 것이다.

내가 모르게 의존하게 되고 하게 되면서도 그걸 하고 있는지 조차 의식하지 못하는.

 

처음으로 핸드폰을 집에 두고 비행을 왔다.

단 몇일이지만,

처음엔 혹시라도 급한 연락이 오게 될까 불안하기도 하고

휴대폰이 없어서 내가 곤란한 일을 겪게 될 순간이 생길까 염려되기도 하고

참... 쓸데없는 기우인데 말이다.

 

현실은 휴대폰이 없어도 전혀 불편한 일이 없고

그닥 휴대폰이 필요한 일도 없다.

딱히 연락이 올 곳도 없을뿐더러 굳이 할 곳도 없다.

참 씁쓸하지만 말이다.

그저 심심한 순간에 친구들과 노닥거리는 일 말고는 휴대폰을 크게 쓰는 일이 없으므로.

 

굳이 휴대폰이 없어서 아쉬운 순간을 말하라면,

환율계산이 헷갈린다는 정도?

그건 내 나쁜 머리를 아쉬워해야 하는 정도지만 말이다.

 

휴대폰을 곁에 끼고 다녀야했던 내 20대 초반부터 항상 그런 생각을 했었다.

이 휴대폰이 나의 편리를 위한 것인지, 상대의 편의를 위한 것인지.

실은 휴대폰이 없다고 해도 난 그닥 불편했던 적이 거의 없는데 말이다.

 

난 예전부터 집에만 오면 휴대폰을 아무데나 던져버리고

그것이 가져다주는 갑갑함에서 벗어나고자 했다.

가끔 집에만 가면 연락이 안된다며 투덜거리는 친구들의 볼멘소리를 듣곤 했지만

난 그렇게 해서라도 내 작은 자유를 얻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오히려 한국에서는 휴대폰에 덜 의존했었던 것 같은데

혼자 있으니 내 마음이 더 허전해서 그런건지 이 기계에 더 의존하는 마음이 생겨버린 것 같다.

예전 어떤 기사에서 SNS를 많이 사용하는 사람일수록 행복하지 않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딱 내 말이다 싶다.

일종의 관심병인가?

관심받고 싶어, 내 존재를 알리고 싶어 자꾸 나를 노출시키게 되는 것인지..

 

아무튼 이 글의 요지는.

습관이든 중독이든 나도 모르게 빠져드는 것에 대해선 항상 경계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내 생각이, 기분이 그런 기계따위에 의해 좌지우지 되어서는 안되니 말이다.

 

습관적으로 눈을 뜨자 마자 연락이 온 곳은 없는지 확인을 하고.

나도 모르게 페이스북이나 카카오스토리를 확인하며 주변 지인들의 근황을 살피는 일들이

내 생각에서 그렇게 해야한다 하며 나오는 행동이 아닌

그저 눈떠서 하게되는 자연스러운 일들은 아니어야 한다는 것이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이 작은 요물에 자신의 온 생활을 내어주고 있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같이 말을 하다가도 문득 정적이 흐를라치면 휴대폰을 보며 어디 연락이 온 곳은 없는지

뭘 그렇게 확인할 것들이 많은지.

좋은 사람과 함께 있는 시간에서 마저도 그것들에게 그리 많은 시간을 할애해야 하는건지.

 

그래서 난 친구들과 함께 있을때면 굳이 휴대폰을 확인하지 않는다.

나와 함께 있는 친구가 자주 휴대폰을 확인하는 것을 보면 난 기분이 썩 좋지가 않기 때문에

(사실 썩 좋지 않은 정도가 아니라 난 나와 얘기하는 중에 자꾸 휴대폰을 만지작 거리는 친구들을 보면 짜증이 난다. 그럴거면 집에서 카톡으로나 얘기하지 왜 만나자고 해서 내 시간까지 뺏느냐 말이다.)

나 역시 그런 기분을 내가 좋아하는 친구에게 느끼게 하고 싶지 않음이다.

 

소중한 시간을 내어 그 사람과 시간을 보내고 있다는 것은

그 시간은 온전히 그 사람에게 내 주어야 한다는게 내 생각이다.

그 길지 않은 시간마저 다른 많은 사람들과 공유하고자 한다면 그건 너무 큰 욕심 아니겠는가.

 

 

참 쓸데없는 반항이다 싶지만

난 그렇게라도 이 요물에 내 습관을 내어주고 싶지 않은 이 작은 반항을 지속하고 싶다.

 

 

 

 

 

 

 

 

Posted by 요조숙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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