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의 특성상 대부분의 나의 직장 동료들은 여자들이고,

남자들이 있다고는 하나 그 남자들의 70%이상은 "여자이고 싶은 남자들" (보통 게이라고 지칭하는 사람들) 이다.

 

내가 처음 그들을 접한 건 영국에서 지낼때였다.

길을 가다가 어떤 바를 지나게 되었는데 그 바는 벽 대신 큰 통유리로 되어 있는 술집이었다.

남자들만 드글되는 술집이었는데 대부분이 훈남이길래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지나가는데

통유리에 기대있던 남자 두명이 키스를 하는게 아닌가.

 

처음엔 뜨악. 하는 기분이었다.

그 뜨악이란 기분은 왜 남자들끼리?? 라기 보단 저렇게 잘생긴 남자들이 뭐가 아쉬워?? 였다. 

그 이후론 종종 그런 모습들을 봐도 어색하긴 하지만 크게 거부감이 들지는 않았다.

 

그리고 지금의 직장에 일하게 되면서부터는 대부분의 남자 동료들이 그런 사람들이다 보니 언젠가부턴 그들에 대한 측은함이 들었다.

어찌보면 여자인 나보다 더 여성스럽고 더 수다스럽고 더 다정한 사람들인데.

태어날 때 부터 여자로 태어났으면 참 좋았을텐데.

어쩌면 저런 사람들이 진짜 여자로 태어났어야 했는데.

 

그들을 보고 있으면 내 고민쯤은 대수롭지 않다.

그들은 삶에 대한 가장 기본적인 행복도 마음대로 누리지 못하니 말이다.

 

언젠가부턴 난 여자보다 더 여자같은 그들이 좋아졌다.

대부분의 그들은 정말 재밌다.

수다스럽지만 또 그만큼 웃기다.

대부분의 북유럽 거지 비치들처럼 게으르지도 싸가지가 없지도 않다.

지내다보면 마음 따뜻하고 정말 인간적으로 괜찮은 애들이 많다.

 

 

독일에 비행을 올 때 마다 자주가는 태국 음식점이 있다.

그 곳엔 내가 꺼리는 정말 불 친절하고 키작고 못생긴 여자가 한 명 있다.

그 여자와 대하는 시간은 그리 길지 않지만 그 여자를 볼때면 왠지 기분이 좋지가 않다.

그래서 한동안 그 여자 때문에 그곳에 가지 않았다.

 

오늘은 날씨가 비도 올 것 같고 아주 쌀쌀해 그 똠양꿍이 그리워 그 곳을 찾았다.

아주 늘씬하고 키도 크고 예쁘게 생긴 여자가 한 명 서 있었다.

멀리서 볼 땐 예쁜 여자였는데 가까이서 보니 보통 그런 여자가 아님을 한 눈에 알겠다.

주문을 할 때 목소리를 들으니 역시 내 감이 맞다.

그런데 얼마나 친절한지.

 

한국말도 몇 마디 할 줄 안다.

주문을 마치고 나자 '감사합니다.' '맛있게드세요.'라고 한다.

나도 모르게 고개를 꾸뻑 숙이며 "감사합니다" 라며 함께 싱긋 웃었다.

이놈의 고개는 한국말만 들리면 시도때도 없이 이렇게 숙여진다.  

그러니 그 여자분도 함께 웃으며 고개를 숙여준다.

얼마나 귀여운지.

 

음식을 다 먹고 나갈때 왠지 뒷통수가 찌릿해 고개를 돌리니 그 여자가 나를 보며

크게 손을 흔들며 "Bye~ Bye~"를 외치고 있다.

나는 싱긋 웃으며 "수고하세요~"라고 외치며 고개를 꾸뻑 숙였다.

알아듣지는 못하겠지만 대충 어떤 의미일 거라는건 알테니.

 

저렇게 예쁜 여자는 얼마나 여자가 되고 싶을까.

보통 사람들보다 고민도 마음의 아픔도 많았을텐데

저리 해맑고 예쁜 미소를 머금고 살아가는 걸 보니 정말 대견하고 기특하다.

예쁜 얼굴 만큼이나 마음도 예쁘구나 싶다.

 

그나마 아시아 중에선 태국이나 필리핀, 그리고 유럽의 많은 나라들은 그들을 인정하는 편이나

우리나라에선 아직도 그들을 보는 시선이 따갑다.

 

내가 보기엔 우리나라에서 인기가 하늘을 치솟는 아이돌의 멤버들 중 몇 명도 분명 게이인데.

이건 내 느낌 정도가 아니라 정말 99% 확신이다.

허나 그들은 진실을 말하지 않는다.

아니 말 할수가 없을 것이다.

제 2의 홍석천이 되고 싶지 않다면.

그가 커밍아웃을 하고 나서 얼마나 힘들었는지, 그 뿐만 아니라 그의 가족들까지도.

그런 것들을 온 국민이 다 지켜봤기에 진실을 말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나는 그것도 이해한다.

 

우리나라가 많이 변했고 또 많이 변해가고 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남들과 다른 것들을 받아들이는데는 인색하다.

 

난 정말 이해가 안된다.

그들이 게이이건 아니건,

노란치마에 보라색 타이즈를 신던,

아주 뚱뚱한 여자가 미니스커트를 입던,

그게 대체 니들과 무슨 상관이라고.

왜 뒤에서 손가락질하고 뒤에서 그렇게 욕을 해대는건지.

아무래도 본인 인생들이 너무 지루한 탓이겠지.

본인 인생이 너무 심심한 까닭이겠지.

 

우리나라 사람들은 본인 인생보다 남의 인생에 아주 관심들이 많다.

본인 인생이 어떻게 되는지 모르고

 

친구라는 이름으로 걱정이라는 명목을 앞세워 

다른 사람들에게 이러쿵 저러쿵 남의 이야기를 하고 다닌다.

정말 걱정을 하기라도 하는 듯.

 

남의 이야기를 즐기는 사람들은 스스로가 불쌍하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그리고 그 입으로 자신이 망한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할 것이다.

 

우리와는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욕을 하고 못되게 굴어선 안된다.

우리가 그러지 않아도 보통 사람들과 다른 사람들은 이미 그 마음안에 큰 부담이 있다.

 

 

 

모든 사람들이 다르다는 편견 없이 모두들 행복하게 살 수는 없을까.

타인의 다른 점을 따뜻하게 감싸안을 수 있는 그런 예쁜 세상이 되었으면 하는데.

 

 

  

   

Posted by 요조숙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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