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다보면 자질구레한 물건들을 팔러 오시는 분들이 참 많다.

불 필요한 물건들.

 

하지만 보통은 잘 사드린다.

너무 야박하게 굴고 싶지 않아서.

그런 마음에 대부분은 그렇게 사드렸던 것 같다.

 

쓰지 않는 수세미. 넘쳐나는 밴드. 구석에 쳐박아둔 발목양말.

휴지는 또 얼마나 잘 찢어지는지.. 

물 묻은 손을 휴지로 한번 닦을라치면 손에 묻어나는 휴짓조각을 떼어내는게 더 일이다.

 

오늘은 손이 불편하신 할아버지가 오셨다.

그 할아버지에겐 늘 오천원씩 돈을 드렸던 것 같다.

사드릴게 없어서.

 

그런데 오늘은 무슨 마음에서였을까.

지갑을 보지도 않고 오만원짜리밖에 없다고 생각해서였는지 

한 손에 수세미를 들고계신 할아버지를 그냥 보냈다.

 

근데... 

할아버지의 눈빛이..

돈을 달라거나.. 물건을 사달라는 눈빛이 아닌..

그저 공부하는 어린 우리 학생들을 지긋이.. 바라보시는게 아닌가.

입구에 서 아이들을 그저 바라보시는 할아버지를 나가달라고 재촉할 수가 없어 

나도 하던 수업을 계속했다.

마음이 계속 불편하긴 했지만... 

잔돈도 없고..  어쩔수 없다고만 생각했는데..

 

조금전.. 

카드지갑을 확인하다 구겨진 오천원짜리와 천원짜리 두장을 발견하고는

갑자기 그 할아버지의 눈빛이 떠올랐다.

아... 씨..

그냥 한번 더 확인해볼걸..

귀찮아도 한번 확인해볼걸...

오늘 날씨도 그렇게 추웠는데...

여기 저기 다녀봐도 누구 하나 수세미 사주는 사람도 없었을텐데..

마음이 아프고 슬픈 마음이 든다..

 

혹자는 잔인하게 말한다..

젊었을 때 노력 안 한 결과라고..

하지만 난 절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사람은 누구나 인생을 살다보면 상상하지도 않았던 그 어떤 상황에도 처해질 수 있다.

장담할 수 없는게 인생이니..

열심히 노력해도 나 때문에 혹은 남 때문에도 인생은 상상하지 않았던 곳으로 흘러가곤 하니까.

 

한 손이 불편해 장갑을 끼고 다니시면서도 다른 한 손으로 수세미를 들고 팔러 다니신다.

난 그 노력을 더 크게 본다.

지금.. 그 노력이라도 하시는게 대단하다고..

분명 그것도 용기를 내어 다니시는 것일테니..

 

할아버지의 그 눈빛이 자꾸 생각이 난다.

할아버지는 손주를 생각하셨을수도.

옛날의 그 어떤 모습을 회상하셨을수도.

아니면 별 생각이 없으셨을수도 있다.

 

하지만... 

내 마음이 계속 불편하다...

도와드리려고 좀 더 움직이지 않았던게... 

조금이라도 돈을 드렸다면 그래도 김밥 정도는 편하게 드셨을텐데..

 

현금을 따로 두어야겠다.

할아버지... 

다시 들러주세요... 

다음엔.. 제가 간식값 꼭 드릴께요... 

 

아프지 말고 다니셔요... 

Posted by 요조숙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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