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의 온도.

L.I.F.E.S.T.Y.L.E 2024. 3. 28. 00:40 |

 

몇 년 전, 이기주 작가의 <언어의 온도>, <말의 품격>을 읽었을 때

미처 내가 생각하지 못했지만 느끼고 있었던 부분을 되돌아보며 참 좋은 책이다..

참으로 맞는 말이다.. 정도로만 느꼈던 것 같다..

 

얼마전부터 김현철 아저씨의 라디오를 들으며 새삼 말의 온도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된다.

 

한 사람이 사용하는 말의 온도를 결정하는 요소는 참으로 미묘하고 복잡하다.

목소리톤, 말투, 사용하는 어휘들,,, 

이 뿐 아니라.. 정의하기는 어렵지만 마음으로 느껴지는 미묘한 요소들까지.. 

 

최근 퇴근시간이 더 늦어지면서 퇴근길에 김현철 아저씨의 라디오를 듣는 일이 잦아졌다.

아.. 이 분.. 원래 이렇게 따뜻한 분이었나?

오전에 라디오 진행하실 때 출근길에 가끔 듣기는 했었는데

그땐 이 정도로 그 분의 목소리가 따뜻한지 느끼지 못했었다. 

아마 출근길이라 내 마음의 여유도 더 없었으리라..

 

퇴근길에 그 분의 목소리를 들으면..

뭔가.. 따뜻한 차를 한 잔 마신것처럼.. 마음이 따뜻해지는 그런 느낌이 있다..

 

본인의 까칠한 주장이나 누군가를 평가하거나 분석하는 일 따윈 존재하지 않는 편안한 공기가 흐른다..

그게 참 좋다... 

하루종일 긴장속에 잔뜩 힘을 주어 일하다가 그 긴장을 풀어주는 따뜻한 현철님의 목소리 그 분의 따뜻한 온도의 말투..

동네에서 그저 흔하게 일어나는 일을 말씀해 주시는데도 그게 그렇게 따스하다..

 

그리고 나를 돌아본다..

나는 내 주변의 소중한 이들에게 어떤 온도의 말투로 이야기를 하고 있을까..

부정적인 어휘보다는 긍정적이고 따뜻한 말투여야 하는데.. 

늘 생각하는 것 처럼 하고 있을까..

 

현철님에게서 느낀 그런 따뜻함을 나도 전할 수 있을까...

 

출근길엔 이석훈님의 라디오를 들으며 까르르 웃는 재미가 있는데 

퇴근길엔 현철아저씨의 따뜻한 라디오를 알게되어 참으로 참으로 행복한 요즘이다..

 

말의 온도... 

내 말의 온도는 몇 도 쯤일까...

 

Posted by 요조숙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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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하다보면 자질구레한 물건들을 팔러 오시는 분들이 참 많다.

불 필요한 물건들.

 

하지만 보통은 잘 사드린다.

너무 야박하게 굴고 싶지 않아서.

그런 마음에 대부분은 그렇게 사드렸던 것 같다.

 

쓰지 않는 수세미. 넘쳐나는 밴드. 구석에 쳐박아둔 발목양말.

휴지는 또 얼마나 잘 찢어지는지.. 

물 묻은 손을 휴지로 한번 닦을라치면 손에 묻어나는 휴짓조각을 떼어내는게 더 일이다.

 

오늘은 손이 불편하신 할아버지가 오셨다.

그 할아버지에겐 늘 오천원씩 돈을 드렸던 것 같다.

사드릴게 없어서.

 

그런데 오늘은 무슨 마음에서였을까.

지갑을 보지도 않고 오만원짜리밖에 없다고 생각해서였는지 

한 손에 수세미를 들고계신 할아버지를 그냥 보냈다.

 

근데... 

할아버지의 눈빛이..

돈을 달라거나.. 물건을 사달라는 눈빛이 아닌..

그저 공부하는 어린 우리 학생들을 지긋이.. 바라보시는게 아닌가.

입구에 서 아이들을 그저 바라보시는 할아버지를 나가달라고 재촉할 수가 없어 

나도 하던 수업을 계속했다.

마음이 계속 불편하긴 했지만... 

잔돈도 없고..  어쩔수 없다고만 생각했는데..

 

조금전.. 

카드지갑을 확인하다 구겨진 오천원짜리와 천원짜리 두장을 발견하고는

갑자기 그 할아버지의 눈빛이 떠올랐다.

아... 씨..

그냥 한번 더 확인해볼걸..

귀찮아도 한번 확인해볼걸...

오늘 날씨도 그렇게 추웠는데...

여기 저기 다녀봐도 누구 하나 수세미 사주는 사람도 없었을텐데..

마음이 아프고 슬픈 마음이 든다..

 

혹자는 잔인하게 말한다..

젊었을 때 노력 안 한 결과라고..

하지만 난 절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사람은 누구나 인생을 살다보면 상상하지도 않았던 그 어떤 상황에도 처해질 수 있다.

장담할 수 없는게 인생이니..

열심히 노력해도 나 때문에 혹은 남 때문에도 인생은 상상하지 않았던 곳으로 흘러가곤 하니까.

 

한 손이 불편해 장갑을 끼고 다니시면서도 다른 한 손으로 수세미를 들고 팔러 다니신다.

난 그 노력을 더 크게 본다.

지금.. 그 노력이라도 하시는게 대단하다고..

분명 그것도 용기를 내어 다니시는 것일테니..

 

할아버지의 그 눈빛이 자꾸 생각이 난다.

할아버지는 손주를 생각하셨을수도.

옛날의 그 어떤 모습을 회상하셨을수도.

아니면 별 생각이 없으셨을수도 있다.

 

하지만... 

내 마음이 계속 불편하다...

도와드리려고 좀 더 움직이지 않았던게... 

조금이라도 돈을 드렸다면 그래도 김밥 정도는 편하게 드셨을텐데..

 

현금을 따로 두어야겠다.

할아버지... 

다시 들러주세요... 

다음엔.. 제가 간식값 꼭 드릴께요... 

 

아프지 말고 다니셔요... 

Posted by 요조숙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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