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겨울부터 PT를 받고있다.
요가외에는 해 본 운동이 배워본 적이 없는지라.
내겐 참으로 낯선 도전이었다.
해보지도 않고 재미가 없을거라 생각했다.
운동 할 시간이 어디 있냐고.
운동 할 에너지가 어디 있냐고.
늦은 아침까지 늘어져 있곤 했다.
그 시간들이 참으로 아쉽고 안타깝다.
진작 운동을 배워볼걸.
진작 PT를 시작했으면 그 지나간 시간들을 조금 더 힘차게 보냈을텐데.
이렇게 재미있는데.
사실 PT를 시작하게 된 것도 운동을 배워보고자 했던 동기부여는 1도 없었다.
한국에서 일을 시작하게 되면서 앉아있는 시간이 너무 길어져
매년 날씨가 추워질때면 허리통증 때문에 그렇게 고생을 했다.
그저 아픈게 아니라 매해 겨울마다 앉거나 일어서지도 못 할 정도로 크게 아팠고
그러면 병원에서 통증 주사를 맞고 또 버티고..
그 짓을 이젠 더는 할 수가 없어 헬스장을 찾은 것이었다.
몇 년 전, 언니가 흘려가며 했던 말이다.
헬스를 해보라고.
허리에 근육이 생겨야 허리가 덜 아플거라고.
작년 겨울, 어느 날.
갑자기 그 말이 떠올랐다.
길게 생각하지 않고 시설이 꽤나 좋아보이는 헬스장으로 달려가 바로 PT를 20회 끊었다.
생각보다 거금이었지만.
이 돈으로 허리통증이 덜해질 수만 있다면.
이런 심정이었다.
트레이너는 아무래도 상관없다고 생각했다...
사실.. 제대로 된 헬스장을 가 본적이 없어 헬스도 트레이너에 관해서도 1도 몰랐다.
전화로 상담 예약을 하고 갔는데..
도착을 하니 바쁜 시간이었는지 데스크가 어수선했다.
나와 상담예약을 하신분은 아닌 것 같은데..
내가 어리둥절 있으니 트레이너 한 분이 내게 물어보신다.
어떻게 오셨냐고..
상담예약을 했다고 하니 따라오라고 하신다.
그랬는데...
그랬는데...
트레이너가 너무 훈훈하다.
젊은데 인물도 좋고 키고크고 몸매도 탄탄하다.
웬열.
이렇게 멋있는 남자가 수업을 하면...
과연 수업에 집중이 될까...
트레이너는 기대도 안했는데.
아....... 진짜..
본인은 선수출신이라 다른 트레이너보다 수업료가 좀 더 비싸단다.
<<<< 속마음 : 응... 괜찮아... >>>>
트레이너분과 수업시간 상의를 하는데.
내가 저녁에는 도저히 안 될 것 같아 오전으로 시간을 맞추어보다 트레이너분이 새벽 시간을 추천해주셨다.
웬열.
이른 아침에도 잘 못 일어나는데.
새벽에 수업이라니.
할.수.있.을.까.
혼자서는 못하지만 수업이 있으니 어떻게든 일어나게 되겠지.
그래서 6시로 시간을 정했다.
가능할까... 생각했던 일이...
가.능.했.다.
못 일어나서 수업을 못 가게 되지는 않을까 걱정했던 일은 한번도 일어나지 않았으며
나는 무사히 18회까지 수업을 받았고, 지금은 2회 수업만 남겨두고 있다.
낯선 남자와 한 공간에 있어본 적도 너무 오랜만이라
초반엔 그 설레임이 불편함이 되어 여자 트레이너로 바꾸고 싶었는데..
어느 순간부터는 그 불편함도 좋아하고 있더라는..... ㅡ.,ㅡ
트레이너님 덕분에 새벽에 일어나는 내 마음에 설레임이 녹아 있었다는건.. 진짜.. 안비밀. ㅋㅋㅋ
어쨌든 그간 참 많은 변화가 일어났다.
새벽에 운동을 하고, 스벅에서 경제신문을 스크랩하고 책을 좀 보다가 일찍 출근을 한다.
매일 8시간 이상을 자도 늘 피곤하다고 주말이면 침대 밖을 나오지 않던 내가
이젠 하루에 5-6시간밖에 자지 않아도 이전보다 훨씬 몸이 가볍고 체력이 좋아졌다.
일하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할 수 있는 시간이 없었던 내게
황금같은 아침 시간이 주어져 그 시간을 참으로 보람차게 보내고 있다.
신문을 읽으며 경제공부를 하고 돈의 흐름을 주시하는 내가 되었다.
올리브영에서 화장품만 사던 내가 올리브영 관련 주식을 사고
중국의 셧다운 사태에 어떤 종목이 오르고 내릴지 고민한다.
와,,,,,
진짜..
난 200만원에 체력과 황금같은 아침시간을 샀다.
최근 나를 위해 썼던 돈 중에 가장 가치가 있었던 소비임이 틀림없다.
아..
근데 수업이 2회밖에 안 남았는데.
수업이 없으면...
새벽시간에 나 혼자 일어나 운동을 갈 수 있을까.
해보다가 안되면 또 돈지랄 하지뭐.
그렇게라도 나는 이 좋은 습관을 몸에 베어들게 해야만 할 것이다.
빵빵한 엉덩이는 덤으로. 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