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처럼 일만했다.

새벽부터 밤이 아주아주 늦도록.

다음주도 이어지는 일.일.일.

 

한달이 넘도록 주말없이 미친듯이 바빠질텐데...

폭풍전으로 들어가기 직전.

 

아... 

잠들고 싶지 않다...

주말 직전의 금요일 밤을 손에서 놓고 싶지 않아...

 

아주 좋은 위스키를 하나 사두어야겠다,

이런 밤을 보내기 아쉬운 저녁.

나를 위로 할 수 있도록. 

 

Posted by 요조숙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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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랑 서점을 가려고 지하철을 탔다.

중앙로 지하철을 내리니..

고인들의 사진들이 벽에 붙어있었다...

 

아.....

잊고 있었다...

벌써 20년이 되었구나...

갑자기 눈시울이 붉어지며 눈물이 떨어진다..

나는 그 시절을 살았기에 가슴에 사무치는 슬픔을 어찌 할 수 없다.

그 사고의 피해자가 나였을수도 있다.

그저 우리는 그들보다 운이 좋았을 뿐.

우리의 이웃들. 동네 아저씨였을수도, 동네 아주머니였을수도.

동네 동생들, 동네 언니 오빠들.. 

그리고 내가 좋아했던 그 남학생도...

 

그날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여기 저기서 전화가 걸려왔고..

시내 지하철역 인근에서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매운 연기와 냄새가 진동을 했다..

 

 

대학교 때 좋아하던 남학생이 있었다.

한번도 말을 붙여본 적도 없었다.

체육과 학생이었다.

내 생전 그렇게 잘생긴 아이를 본 적이 없었던 것 같다..

 

같은 단과 건물을 사용했기에 지나가다 자주 얼굴을 봤다.

친구들과 지나가다 그 남학생이 곁을 지나가면 

나의 마음을 알던 친구들은 내 옆구리를 쿡쿡 찔러댔고 나는 그렇게 그를보며 늘 설레었다.

2년동안 그러했다...

2년동안 그 남학생만 보면 이유없이 그렇게 설레었다.

 

고백 한 번 해보지 않았다.

그럴 생각도 못해봤던 것 같다.

곁을 스쳐 지나가기만 해도 그렇게 설레었는데..

 

친구들이 그 남학생이 그 지하철에 타고 있었다고 했다...

 

아직도 그 남학생 얼굴이 눈에 선하다...

뚜렷한 이목구비에 훤칠한 키..

그는 한 눈에 띄는 그런 사람이었다.

 

 

사고 이후 한동안 시내를 나가지 못했다.

시내를 나가도 지하철 역 인근을 갈 생각도 못했다..

너무 슬프고 가슴아파서..

 

사고 후 어느 날 언니가 지하철역에 추모를 하러 간다고 했다.

힘든 발걸음이었다..

지하철 역 앞은 온통 피해자를 추모하는 백합과 꽃다발,,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지하철 역 입구는 참담할 정도로 새카맣게 그을러있었다.

중앙로 역 지하철 입구에서 지하철까지는 한참 멀다.

두 층을 내려가서도 조금 더 내려가야 지하철을 타는데

입구부터 새카맣게 그을러져 있어 그날의 비극이 다시 떠올랐다.

 

이런 비극적인 참상 앞에서 어떤 말을 할 수 있을까..

그저 운이 좋았다는게 죄송하게 느껴졌다..

그들은 아무 죄 없는 선량하고 평범한 우리 주변의 이웃들이었는데..

 

저 액자 근처 피해자의 유족들이 몇 분 앉아계셨다..

그 어떤 말도 건넬 수 없었다..

 

백합을 하나 올리며 기도를 드렸다..

그날부터 20년동안 너무 감사함을 잊고 이렇게 살아왔다고..

그저 죄송한 마음이라고..

지켜드리지 못해 죄송하다고..

그곳에선 편안하시라고...

 

울며 기도를 하는 내 모습을 우리 아이는 그저 멀뚱히 쳐다보았다..

목이매여 그 날의 사고를 설명해 줄 수가 없었다..

그 비극을 어찌 설명을 할 수 있을까..

생각만 해도 이렇게 가슴이 아프고 먹먹한데..

 

 

유족자들의 후속 지원이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는 기사가 수두룩하다..

심리치료를 연간 40만원 지원했는데 그 마저도 기간이 끝난단다...

정신과에 가보면 한번 상담을 받는데에도 10만원 훨씬 넘어가는데..

말도 안되는 지원이다..

 

유족자들. 그리고 그 참상에서 살아남은 부상자들..

평생 그 괴로운 기억을 안고 살아갈텐데..

그리고 그 연기를 마시고 후두쪽에 후유증이나 병이 생긴 사람들도 정말 많았을텐데..

 

 

우리는 너무 무관심했다.

우리는 단지 그들보다 운이 조금 좋았을 뿐인데..

감사함을 잊은 채 피해자들에게 너무 무관심했다..

 

 20년동안 그 지옥에서 그들은 어떻게 버티었을까..

그들에겐 삶이 살아가는게 아닌

죽지 못 해 살아내어야 했던.. 버티어야 했던 삶이 아니었을까...

 

잊지 말아야 한다..

그 날의 비극을....

살아남은 자들의 고통을...

대구시가 어떤 욕을 먹어야 그들에게 지원을 늘릴것인가..

 

너무 슬픈 하루다...

 

 

 

Posted by 요조숙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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