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무엇을 위해 이렇게 살고 있는가.
L.I.F.E.S.T.Y.L.E 2025. 2. 15. 22:05 |
예전 팀페리스의 책에서 읽었던 멕시코 어부와 사업가 이야기가 얼마전부터 계속 내 머릿속을 맴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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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성공한 사업가가 멕시코의 작은 어촌을 가게 된다.
그곳에서 소박하게 고기를 잡으며 살아가는 어부와 이야기를 나눈다.
미국인: 나는 성공하고 유능한 CEO입니다.
내가 당신에게 부자가 되는 방법을 알려주겠소.
몇 마리의 물고기를 잡고 소박하게 즐거워 하는 대신 더 열심히 일하십시요.
생선을 더 많이 잡고 그 돈으로 배를 더 사고 사업을 키워 통조림 회사를 만들고 수출을 하고...
그렇게 10년-20년만 일하면 당신은 큰 부자가 될 수 있소.
어부 : 그래서 그 다음은요?
미국인 : 그리고 큰 부자가 되어 다시 조용한 어촌으로 돌아와 가족들과 평온한 일상을 즐기며 행복하게 사는거죠.
어부 : 나는 지금도 그렇게 살고 있소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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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의 나는 내가 왜 이렇게 살고 있는지, 왜 이렇게 열심히 살고 있는지 동기도, 목적도 잃어버린 상태다.
하루종일 일만 생각하고 진짜 일만 한다.
휴가도 갈 시간이 없다.
아니 너무 피곤해서 잠깐의 시간만 생기면 여행이고 나발이고 침대속으로 기어 들어가고 싶다.
좋은걸 보는것도, 맛있는 것을 먹는것도 귀찮다.
여행의 설레임은 사라졌고 그저 일주일만 아무것도 안하고 침대안에 쳐박히고 싶다.
아무것도 안하고, 잠만 자고 싶은 나의 마음이 정상은 아닌 듯 하다.
이런 삶을 바라고 이렇게 일을 시작한건 아닌데.
일이 잘되는 만큼 너무 감사하지만 나의 삶은 점점 더 없어지는 듯 하다.
챙겨야 할 것들과 지켜야 할 것들이 많아지면서 내 마음챙김은 어느새 뒷전이다.
내 마음챙김이 내 인생 우선순위에서 가장 뒷전이었던 걸까.
포기해도 누군가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가장 쉬운것이었을까.
그래서일까.
어떤것에도 설레이지 않고, 하고 싶은 것도, 그렇게 갖고싶은 것도 없다.
이젠 내가 원하는 것들을 일일이 가격표 챙겨보지 않아도 살 수 있는 능력은 생겼지만
사도 기분이 좋아지지 않고 사놓고 포장도 뜯지 않은 것들을 보고 있으면
이렇게 쓸데없는 곳에 돈을 쓴 나 자신을 자책하게 된다.
좋은 차를 사려고 하면 타고 갈 곳이 없다.
좋은 가방을 사려고 하면 자랑하고 싶은 곳이 없다.
좋은집을 사고 싶은 욕심도 없다.
그저 내 한 몸 누일 소박하고 깨끗한 방만 있으면 그것으로 나는 만족스러우니.
이렇게 물욕이 없는 내가 왜 이렇게, 무엇을 위해 이렇게까지 열심히 일을 하고 있는건지.
자식에게 부유한 부모가 되고 싶었던가?
No..
난 자식에게 재산을 물려주는 것 만큼 자식을 해치는 일이 없다고 생각한다.
고생을 해서 돈을 벌어보지 않으면 그만큼 인생에서 배울 수 있는것도 줄어든다고 생각한다.
힘들어보고 절망해보고 다시 일어날 수 있어야 이 거친 세상을 그나마 버틸 힘이 생긴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내가 잘 살아간다고 해도 내게 어떤 일이 닥칠지 모르는데
어떤 일이든 버티고 풀어나갈 힘을 얻으려면 악착같은 마음이 있어야 하는데.
그걸 가장 잘 배울 수 있는 곳이 일터이다.
부모가 돈이 많고 부유하면 자식은 그만큼 인생에 대한 절박함이 없다.
크게 힘들어보지 않으면 지독한 현실을 덜보고 세상을 더 아름답게 볼 수는 있겠지만
큰 파도가 몰아쳤을 때 그걸 이겨낼 힘이 있을까.
우리 부모님은 너무나도 평범하고 물려줄 재산은 크게 없다.
나는 많은 형제들 중 막내로 내 앞가림은 내가 해야 했다.
그래서 내 가족들에게 피해 끼치지 않고 내 앞가람은 내가 하려고 그렇게 열심히 살아왔는데.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렇게 살겠지만.
이렇게 하루하루를 버티는 것처럼 살지 않기 위해 이제껏 그렇게 열심히 살아왔는데.
열심히 살았더니 이젠 일의 노예가 되어 내 삶이 그 쇠사슬안에 갇혀있는 듯 하다.
피곤해 내 아이와 소소한 일상을 나누며 함께 웃는 일마저 사치스러운 일이 되어버렸다.
퇴근하면 10시.
이야기는 할 시간도 없이 재우기 바쁘다.
아침엔 천근만근이 되어버린 내 몸을 일으킬 수가 없다.
또 우리 아이는 얼굴도 못보고 학교를 갔다.
이렇게 살고 싶었던게 아닌데..
생각해보면 난 열심히는 살지만 잘 살고 있는건 아닌 듯 하다.
경제적 자유를 얻어 가족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싶어 이렇게 열심히 살았는데
내 소중한 가족에게 더 많은걸 해주려고 이렇게 열심히 일하는데.
이렇게 열심히 살다보니 나의 자유는 나에게서 점점 더 멀어졌다.
일을 그만둬야 자유가 생길까..
결국엔 평온한 노후를 위해 이렇게 열심히 살고 있는데.
이렇게 일하다가 평온한 노후를 맞이할 수는 있을까.
유언장을 미리 써두어야 하는건 아닌가 하는 심정이다.
이렇게 일만 하다가 심장마비라도 걸리면 난 억울해 눈을 못 감을거다.
목적도 없이 이렇게 일만하다가 죽으면
하...
이젠 열심히만 아니라.
내가 꿈꾼대로 잘 살기 위해 좀 더 고민을 많이 하는 시간을 가져야겠다.
모든 일은 내가 마음을 쓰고 노력을 하는만큼 현실로 다가오기에
내가 원했던 삶을 살기 위해 좀 더 부단히 마음을 써보자.
그렇게 해보자....